▲매일유업에서 생산되는 이마트 1000ml 우유를 매장에서 팔지 못하게 됐다는 안내문.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이마트 PL우유' 품질 논란의 진실은?이마트의 우유 PL제품 판매 중단 조치는 매우 이례적이다. 매일유업은 지난 1997년부터 이마트 우유를 납품했지만 품질 논란으로 판매가 중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빙그레는 지난해 9월부터 '이마트 바나나맛·딸기맛 우유'를 납품해왔다.
이마트 관계자는 "PL상품을 개발할 때 제조업체 상품과 동급 아니면 그 이상의 품질을 유지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매일유업과 빙그레가 자사 브랜드 우유와 이마트 PL우유의 품질이 다르다고 주장함에 따라 PL제품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매일유업의 자체 브랜드 '매일우유 ESL'은 공장 내 ESL 라인에서 생산하는 '1A등급(mL당 세균 수 3만마리 미만)'이지만 매일유업에서 제조한 '이마트 우유'는 일반 라인에서 만드는 '1등급(10만마리 미만)' 우유라는 것이다. 빙그레의 경우는 '이마트 바나나맛·딸기맛 우유'의 원유 함유량이 빙그레 자체 브랜드 '바나나맛 우유'보다 6% 가량 낮다. PL제품 자체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NB제품과 품질 차이가 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10, 11일 이틀에 걸쳐 이미 납품 받은 이마트 우유 4만개와 이마트 바나나맛 우유 1000개를 폐기 처분했다. 하루 3만개의 이마트 PL우유를 납품했던 매일유업은 이마트의 주문이 끊기면서 매일 4000여만 원씩 매출 손실을 보고 있다.
매일유업이나 빙그레측은 이마트의 조치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매일유업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엄밀히 말하면 품질 차이는 있지만, (판매 중단을 할 만큼) 그렇게 큰 차이가 아니다"며 "생산 라인도 PL과 NB제품이 동일 라인을 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PL제품과 NB제품이 동일한 ESL 라인을 사용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난 12년간 다른 생산라인을 쓰다가 지난해 12월에서야 같은 라인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
빙그레 측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빙그레의 한 관계자는 "품질의 차이가 아니고 성분의 차이"라며 "우리는 이마트에 납품하는 PL제품을 별도의 제품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NB제품과) 성분도 다르고 용기 모양도 다르게 만들었다. 소비자가 혼동할 여지가 적고, 그동안 이마트 쪽과 갈등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기현 빙그레 홍보실장은 "유통회사가 시장점유율 1위 회사에 PL 제품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건 '제 살 깎아 먹으며 죽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며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보다 '맛이 없는' 이마트 바나나맛 우유를 소비자들이 완전히 별개의 제품으로 인식하도록 용기와 용량을 다르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고 <동아일보>가 지난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빙그레는 자체 브랜드 '바나나맛 우유'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이마트에 납품하는 '이마트 바나나맛 우유'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보도는 이마트가 빙그레 등의 PL제품에 대해 판매 중단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빙그레측은 이마트의 판매 중단 조치 이후 180도 입장을 바꿨다. 빙그레 관계자는 "(김기현 실장은) 일반적인 얘기를 한 것일 뿐, 빙그레가 그랬다는 것도 아니고, 이마트를 대상으로 한 얘기도 아니다"며 "성분 차이라고만 했는데, 우리가 하지도 않은 말이 기사로 보도됐다"고 해명했다.
이마트측의 입장은 확고하다. 이마트 관계자는 "(빙그레 측과) 맛과 품질의 차이는 있을 수 없다는 내용으로 계약했다"며 "성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성분의 차이가 낮은 품질의 차이를 가져온다면 당연히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마트의 이번 조치가 PL 제조업체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마트의 우유 PL제품 판매 중단은 곧바로 다른 PL제품에 대한 품질 논란으로 확산됐다. 이마트가 이를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럼에도 이마트가 우유 PL제품에 대해 판매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빙그레 등 우유제조 업체에 압박을 가해 다른 PL제조업체의 '본보기'로 삼겠다는 노림수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마트 측은 "요즘 세상에 어떻게 보복을 하겠느냐"며 "만약 '괘씸하다, 보복하겠다'고 했다면 (매장에서) 해당 제조사의 자체 상품을 전부 빼 버리지, 왜 우리 PL제품을 뺐겠느냐"고 부인했다. 결국 '갑·을 관계'인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 힘겨루기 싸움에 한 푼이라도 아껴보겠다며 PL제품을 애용했던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