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사무처가 민주당 의원들이 강제로 문을 열고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며 경찰에 수사 의뢰하여 지문 채취를 하며 정밀 감식을 하고 있다.
유성호
똑같은 상황, 한국과 일본의 정반대 대처똑같습니다. 27일 일본 미에현의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과 10년 전 제가 학교에서 겪었던 일은 너무도 똑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의 차이인지, 1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의 차이인지 학교의 대처방법엔 너무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전 제가 지문 날인을 하면서도 "뭐야 이런 걸 귀찮게 왜하는 거야"라는 생각뿐이었지, 내 인권이 침해당하는 것이라는 데는 관심도 자각도 없었습니다. 집에 가서 부모님께 "엄마 오늘 도둑 잡으려고 학교에서 전교생 지문 찍었어~"라는 이야기를 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부모님의 반응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화를 내는 부모님의 기억도 전혀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께서도 내 자식이 인권침해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셨던 것 같습니다.
1968년 도입된 열 손가락 지문 날인, 애당초 이 법의 목적은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의 국민 감시와 통제를 원활히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물론 주민등록제도도 같은 맥락입니다.) 더 재미있지만 불쾌한 사실은 이 제도가 20세기 초 일본이 '괴뢰' 만주국의 지배를 원활히 하려고 도입한 제도이며 만주군관 출신인 박정희가 배워온 식민통치기술을 우리에게 사용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정부와 경찰에선 지문날인 제도의 목적이 신분확인과 범죄자 색출에 있다고 합니다. 너무도 당연하게 이를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그게 왜 인권침해인지, 왜 부당했는지 몰랐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휴대폰 메모리카드를 훔쳐간 학생을 잡아내기 위해 지문날인을 받아 가져간 교사를 학생 앞에서 사과시키고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란 분도 함께 사과하는 그 뉴스를 보면서 '어라? 저게 맞는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미국 같은 큰 나라에선 지문날인도 하지 않는데 범죄자를 어떻게 잡아내는 걸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 '나는 범죄를 저지를 생각도 없는데 왜 내 지문을 저장해 두려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이클 무어 감독(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주로 사회 부조리 고발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다)의 9.11 관련 영화를 정리한 책을 경성대 앞 어느 서점에서 펴들었을 때 기억이 납니다. 당시 '지금 당신의 지문이 채취되어 위성을 통해 미국 정부기관이 관리합니다. 앞으로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할 것입니다.'(확실하진 않습니다)라는 머릿말 내용에 소름이 돋았던 기억입니다.
이런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보장도, 일어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지문으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리라는 보장도 없고 거기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생각한다면 전혀 이득될 것이 없는 일입니다만, 그럼에도 우리는 지문으로 관리를 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인권침해라는 거창한 말이 아니더라도 강제적으로 내 신체 어느 부분의 고유성을 나라에서 관리한다는 것 자체에 소름이 돋습니다. 저는 어떠한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주민등록증을 전자화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현재의 주민등록증은 주민등록번호 유출이 쉽고(앞에 너무도 크게 써있으니까요!) 위·변조 가능성도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조그만 IC칩에 우리의 정보를 넣는다고 합니다.
근데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배경으로 한 시절만 해도 한국의 주민등록증은 종이였습니다. 거기에 코팅을 한, 말 그대로 옛날 태권도 품증 같은(지금은 카드로 바뀌었더군요) 카드라고 하기에도 뭣한 말 그대로 '증'이었습니다. 그 주민등록증의 위변조 가능성이 높아 수년전 대대적인 예산을 들여 플라스틱 카드화했습니다. 그걸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바꾼다니요!
사실 그 주민등록번호 유출도 그렇습니다. 이미 대한민국의 모든 사이트에 뿌려진 우리 주민등록번호는 데이터베이스(DB)화되어 CD 몇 장당 얼마에 중국에서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미 유출될 만큼 유출되었고 저 역시 아무것도 한적이 없는데 옥션에선 계좌번호, 주민등록번호, 주소지까지 해킹되었습니다. 이미 제 주민등록번호는 나만 알고 있는 주민등록 번호가 아닙니다. 제가 가입한 수백개의 사이트에서 이미 제 주민등록번호는 춤을 추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