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장관을 위한 변명

유인촌 장관 욕설 파문에 대한 언론보도 비평

등록 2008.10.28 10:14수정 2008.10.2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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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감에서 욕설을 하여 파문이 일고 있다. 유 장관이 지난 24일 국회 문광위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감에서 카메라 기자에게 삿대질을 하며 “찍지마 씨X. 어유 성질이 뻗쳐서 정말. 씨X 찍지마” 라고 말한 것이다.

 

유 장관의 욕설 동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고, 이를 본 국민들은 그의 부적절한 언행에 분노했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유 장관 사퇴 서명운동이 진행되었고, 문화체육관광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주말 동안 700건이 넘는 글이 올랐다. 야당은 유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유독 상황 파악 못하고 유 장관을 두둔하는 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보수언론이다.

 

27일자 조선만평은 유 장관에게 충고 아닌 충고를 해주고 있다. 그날 국감장에서 욕설과 막말을 하는 대신 "명심하겠습니다. 노무현 졸개님"이라고 대답했으면 간단했을 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충고(?)는 유 장관의 욕설이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이명박’ ‘졸개’ 등의 표현 때문이라는 것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는 유 장관의 해명과도 일치한다. 조선 만평뿐만 아니라 다른 조중동의 기사 또한 같은 맥락에서 쓰여졌다. 즉, 보수언론은 이종걸 의원 때문에 유인촌 장관이 욕설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10월 27일자에 실린 조선만평.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국감 욕설 파문을 다루고 있다.
<조선일보> 10월 27일자에 실린 조선만평.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국감 욕설 파문을 다루고 있다.조선일보
<조선일보> 10월 27일자에 실린 조선만평.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국감 욕설 파문을 다루고 있다. ⓒ 조선일보

 

‘국감장 막말’ 유인촌 “‘이명박 졸개’ 표현에 감정 격해져 … 기자에 욕설은 오해”(조선일보 10월 25일자 기사)

이종걸 “장차관은 이명박 졸개” … 유인촌 ‘에이~’ 막말 논란 (동아일보 10월 25일자 기사)

“이종걸 사과” “유인촌 사퇴” 여야 ‘막말’ 파문 신경전 (중앙일보 10월 25일자 기사)

 

그러나 이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벗어나는 것이다. 이종걸 의원의 발언 때문에 유 장관이 욕설을 했다고 해도 그것이 유 장관의 언행에 변명이 될 수는 없다. 또한 이종걸 의원의 발언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는 유 장관의 언행과는 별개의 것이다. 유 장관의 욕설은 국감 자리에서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 자리는 개인 유인촌이나 배우 유인촌이 아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이 국민 앞에서 감사를 받는 자리였다. 따라서 그의 욕설과 삿대질은 국민을 향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더욱 커다란 문제는 그가 삿대질한 대상이 기자였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언론 담당 주무 장관이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더욱 심각해진다. 기자에게 “찍지마”라는 삿대질은 취재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여기서 그의 언론에 대한 태도를 여실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취재에 삿대질과 욕설로 대응하는 유 장관을 두둔하는 것이 다름 아닌 언론이라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언론비평웹진 필화(www.pilhwa.com)에도 송고된 글입니다.

2008.10.28 10:14ⓒ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언론비평웹진 필화(www.pilhwa.com)에도 송고된 글입니다.
# 유인촌 #국정감사 #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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