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집 해물칼국수’각종 해물이 듬뿍 들어가 시원하고 깊은 맛을 내는 ‘찬양집 해물칼국수’
조광선
'칼국수' 하면 요즘 너무나 흔한 면 메뉴 중 하나다.
한국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면을 꼽으라면 간편하게 먹는 전 국민의 음식 '라면'과 더운 여름 시원하게 먹는 '냉면', 그리고 밥 말고 뭔가 먹을 거 없을까? 고민하다 생각나는 뜨끈한 '칼국수'라고 할 수 있다.
찾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요즘 바닷가 가면 온통 바지락 해물칼국숫집이고, 도심 식당거리에서도 두어 집 건너 있는 것이 칼국숫집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런가 그 맛이 이제 너무 흔해져 별 차별화가 없어졌다. 그래서 나는 '칼국수 맛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여름 이 생각에 쐐기를 박으며 17년 전 기가 막힌 옛 칼국수 맛을 다시 찾게 해준 일이 있었다. 그 맛을 찾게 해준 것은 친한 대학후배의 전화 한 통이었다.
"형! 안녕하세요? 저 인원이에요.""어 그래 오랜만이다. 웬일이야?""거 왜 탑골공원 뒤에 있던 맛있는 해물칼국숫집 있잖아요? 거기 아직도 있나요?""아~ 그 칼국숫집? 글쎄? 아직 있나? 나도 가본지 오래 돼서….""거기 위치 좀 알려주세요, 가족들데리고 가려는데 너무 오래돼서 잘 못 찾겠더라구요." 맞다. 정말 맛있는 칼국숫집이 있었다. 신선한 해물을 듬뿍 넣어주던 '찬양집 해물칼국수'. 후배의 전화 한 통으로 인해 까맣게 잊고 있던 그 맛이 생각났다.
첫 직장 생활하던 90년대 초 동아리 선배 중에 처음으로 취직한 선배라고 후배들이 내 퇴근시간에 맞춰 뻔질나게 찾아왔었다. 떼거리로 몰려온 후배들 저녁을 사줄라치면 적은 돈으로 큰 효용가치를 누릴 수 있는 '찬양집 해물칼국수'가 제격이었기에 자주 데려갔던 집이었다.
칼국수를 먹고 나면 후배들은 "어우~ 형! 여기 무지 맛있는데요!"하며 선배가 값싼 면류 사준다고 타박하지 않고 맛을 극찬하며 고마워했다. 그때 그 해물칼국수집은 1800원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혼하고 신혼 시절 아내에게 꼭 맛을 보여주고 싶은 집이 있다고 아내를 수원에서 올라오라고 해서 퇴근 후 맛을 보여주기까지 했던 그 집이었다.
그 후 까맣게 잊고 17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후배의 전화를 받고 나서 정말 궁금했다. 지금도 하고 있는지?
탑골공원 뒷골목 4~5평 되는 허름한 가게이던 터라 재개발 등으로 없어졌으리라 생각됐다. 그러던 차에 지난 8월 말 악기를 수리하러 낙원상가에 갈 일이 생겼다. 수리점에 악기를 맡기니 1시간 후에 오란다.
"그렇지! 그 칼국숫집을 한 번 가봐야겠구나" 하고 찾아가기 시작했다. 낙원상가에서 5호선 종로3가역 방향으로 200여 미터 갔을까? 좌측으로 그 골목이 나타났다. 멀리서 작은 간판이 보였다. '찬양집 해물칼국수'. 아~ 아직도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