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6일 오전 BBK동영상 유포 직후 네이버 메인화면과 가장 많이본 기사 목록. 가장 많이 본 기사 목록에 'BBK 동영상' 관련 뉴스가 대부분이지만 메인면에는 'BBK사건 공방'으로만 노출이 돼 있었으며, 분야별 주요 기사에는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네이버
그러면 일단 양보해서 네이버가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있다고 해 보겠소. 그러면 그 산술적이고 기계적인 중립성은 과연 진정한 중립성을 담보하는 것일지? 네티즌들은 그렇지 않다고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이오. 네티즌들의 판단을 떠나, 언론인 출신으로 그 생리를 아는 홍 부사장도 진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오. 지면상의 중립은 현실의 중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걸.
독자들이 더 이상 믿지 않는 언론의 '중립성'
기사 관련 네이버 반론 |
네이버가 뉴스 편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객관성과 균형성입니다.
구체적으로 네이버는 지난 대통령 선거 D-100일인 9월 10일부터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이슈에 대해 네이버 메인 페이지 뉴스 영역에 포괄적 제목으로 노출하는 '카테고리' 정책을 유지해왔습니다.
네이버는 대선기간동안 뉴스가 특정 정당에 치우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선 관련 뉴스를 카테고리화해 무소속이나 군소정당의 대선 관련 정보까지 이용자들이 고루 접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에따라 BBK관련 소식 역시 [BBK 사건공방]이라는 카테고리로 메인화면에 노출했었고, 이 BBK관련 동영상 뉴스들을 이 카테고리 안에서 다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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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기자'도 기억할 것이오만, 80년대의 언론들이 객관성을 의심받을 때 전가의 보도로 내민 것이 '양비론'이었소. "여당도 잘못했고, 야당도 잘못했다", "과잉대응도 나쁘지만 폭력시위도 문제다"는 식의 이런 양비론은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지겹게 반복되었고, 마침내 독자들은 이 칼럼과 사설들이 표방하는 '중립성'이 사실은 '편향된' 어용사설, 칼럼이라는 것을 알아채 버렸소.
그 때 어용언론이 아니라고 강변하던 그들은 독자들의 눈높이를 너무 우습게 봤던 것이오.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야 언론들은 독자들이 얄팍한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요즈음은 이런 사설은 더 이상 지면에서 보기 어렵소. 네이버는, 그리고 홍 부사장은 왜 그 때 그들이 중도언론을 표방했음에도 어용이라 비난받았는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소.
정부의 주장을 실은 기사가 이용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중립성을 위해 촛불시위대의 주장도 비슷한 수준으로만 '낮춰' 보도하는 것이 지금 네이버가 표방하는 '중립성'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문제제기이오. (이 수준을 넘어, 정부 주장을 실제보다 더 크게, 촛불시위는 실제보다 축소해 보도한다는 것이 더 많은 의견이오만, 일단 여기서는 중립이라는 것을 가정하겠소) 그러한 '중립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모순적이오.
우선 이러한 '중립성'은 네이버가 위에서 밝힌 '이용자들의 관심 우선' 원칙과 당연히 충돌할 수밖에 없소. 사람들의 여론과 관심은 9:1 인데, 이를 5:5로 보도하면 (비록 3:7이 아니라고 해도) 9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여론의 왜곡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소?
또 다른 모순은 결국 네이버가 '중립 지점'을 찾으려는 행위 자체가 이미 '정치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오. 그 중립적인 지점이 어디인가에 대한 판단이나, 찾아낸 중립을 위해 양 쪽의 보도 수준을 조정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객관성이나 중립성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 행동이기 때문이오.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라는 명칭이 표방하듯이 기사를 직접 생산하는 '언론'(press)이 아니라 뉴스를 사람들에게 서비스하는 '매체(media)'일 따름이고, 그래서 이번 논란이 억울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소. 그러나 맥루한(M.McLuhan)이 수십 년 전에 이야기했듯 '미디어는 메시지'이고, 그러한 흐름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소. 즉, 정보와 뉴스가 넘쳐나고, 뉴스 생산자와 매체가 분리되면서 기사를 쓰는 쪽보다 기사를 전달하는 쪽이 더 중요하고 힘을 갖게 된 것이오. 수많은 인터넷 언론, 뉴스 통신사들과 네이버 간의 관계는 명백하게 네이버가 '갑'이고 뉴스를 만들어내는 이들이 '을'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오.
대중의 눈높이를 낮춰 보지 마시오 네이버가 자신들은 그저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기사들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계속 주장해도 사람들은 이미 네이버가 '조중동' 못지 않은 언론권력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소. 거듭 말하오만, 대중의 눈높이를 낮춰 보지 마시오. 사람들이 영원히 자신들이 주는 대로 보고, 듣고, 생각할 거라고 믿었던 언론들이 어떤 수모를 당하고 있는지는 이 사진 하나를 보면 충분할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