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이 소떼를 몰고 철조망을 넘어갔다 온 사건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되자 그는 그 일을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게 되었다.
'그래, 사나이가 세상에 태어나서 큰일을 해야지. 회장님처럼 말이야.'
전설처럼 생을 마친 회장님의 뒤를 이어 마침내 그가 재벌회사의 회장 자리에 오르자, 그는 더욱더 많은 일들을 벌였다. 전국의 주요 도시와 마을과 길들이 그의 이름으로 뚫렸고, 그의 지시 한마디면 수백 개의 굴착기가 종일 산 하나를 무너뜨렸다.
- 박선욱 '달인' 중에서
그는 "책에 대한 기획을 마치고 작가들에게 원고 청탁이 들어갔는데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원고를 써서 일주일 만에 도착한 원고도 있었다"면서 "작가들이 현 정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과 불신의 공감대가 크다는 것을 느꼈고, 그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크게 분노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정부는 국민의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고, 민심을 거스르는 정책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이번 콩트집은 아이들에서부터 어른들까지,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여든 촛불집회처럼 자신의 개인적인 문학적 자의식과 관계 없이 국민의 마음으로 작가들이 모여 불을 밝히는 '촛불'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콩트집에 참여한 작가는 김성동 소설가를 비롯해 이남희, 공선옥, 한창훈, 임영태, 안재성, 윤동수, 김현영, 김곰치, 조헌용, 최용탁, 이시백, 김종성, 유영갑, 박숙희, 유응오, 김상영, 박구홍, 강기희, 유시연 소설가, 시인 박선욱, 정용국 등 총 22명이다.
작가들은 각각 영어 몰입교육, 대운하 및 건설정책, 대한민국 1% 부자 내각 인사들이 벌이는 불법·탈법적인 행태 및 우물 안 개구리식의 소아적 발상, '강부자' '고소영' 내각으로 불리는 이명박 측근 인사들의 주특기인 땅 투기 및 주식투기, 쇠고기 전면 개방 등 첨예한 현 정권의 정책들에 대해 풍자적 글쓰기로 맞섰다.
"대통령이 말이야, 서민들은 라면 값 백 원 오르는 것도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지 않아. 이렇게 서민 생각해주는 대통령은 박통 다음으로 처음 보는 것 같애. 그러니 눈물이 다 나올려고 한다고."
"퍽이나 눈물 나오게 생겼소. 나는 이 놈의 다리가 아파 눈물이 나요."
설거니를 끝낸 마나님이 방바닥에 두 다리를 뻗고 앉아 주무르며 하는 소리다.
"앵이이…… 저렇게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야 원."
"그래요, 나는 원래 정치에 관심 없었거등. 근데 어떻게 된 세상인지 나같이 정치에 관심 없던 여편네도 요새는 그놈의 정치 땜에 힘들어 죽겠소."
"그것이 뭔 말이여?"
"내가 누구 땜에 지금 이 늙은 나이에 부엌 찬모 노릇을 하고 있느냔 말이요."
"그거야 애들이 빨리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러니까 내 말은 애들을 빨리 출근시키는 게 누구냔 말이냐고요."
"그거야 ……부지런한 대통령을 뽑아서리……."
- 공선옥 '영감님이 뿔났다' 중에서
한편 이번 콩트집에 날카로운 붓날로 함께한 이가 있다. 바로 <경향신문>의 김용민 화백. '촌철살인' 삽화로 현 정권의 무모한 정책에 대해 연일 날카로운 붓날을 세웠던 김용민 화백의 삽화는 22편의 콩트와 기묘한 조화를 이루며 작가들의 콩트에 힘을 싣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컬처뉴스>(http://www.culturenews.net)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2008.06.05 13:39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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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딩도 뿔났다 - 정치풍자콩트
김성동 외 지음, 김용민 그림,
화남출판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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