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호수가 아니에요"교회가 물속에 잠겨 있다. 주변에서는 뱀과 도마뱀 등이 기어다니고 있었다.
그린닥터스
바로 옆에 있던 교회는 전부 무너졌는데 잔해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현지안내인의 말에 따르면 아마도 동네 사람들이 무너진 교회의 폐 건자재를 모두 가지고 가서 자기 집을 보수하는데 썼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달라클리닉의 간호사 당가는 끝까지 병원을 지켰으며, 우리 일행이 달라섬으로 들어가는 절차도 모두 준비해 주었습니다. 그녀는 동네의 통장은 물론 경찰한테도 우리의 출입에 대한 허가를 받아냈습니다. 나중에 우리 일행이 3시간동안 차를 타고 달라클리닉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달려 나와 허가상황 등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 간호사의 모습에서 미래 미얀마의 밝은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자체회의에서 지역 보안관계자로부터 허가를 얻었다지만 달라섬으로 가는 길에 곳곳에서 경찰과 군인이 지키고 있으니 이런 허가는 아무 쓸모가 없지 않느냐는 문제가 제기돼 우리의 회의는 좀체로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모두 목숨에 대한 문제제기이니 가타부타를 할 수 없었던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일행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달라섬은 특히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다. 일단 달라섬에 가는 것을 시도라도 해보자"는 K 선교사의 당부에 우리 일행은 가고 싶은 사람만 가자며 달라섬으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모두 가겠다고 나섰습니다. 우리는 보안문제 등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긴 의사 4명(정근, 김정용, 김창수, 안유정)과 K, C씨 등 현지한국인 2명, 미얀마의사 자와랏트, 현지사역인 1명 등 모두 8명이 택시 2대를 타고 조심스럽게 이동했습니다.
양곤에서 남서쪽으로 향했습니다. 달라섬으로 가는 주변 상황은 비참하였습니다. 비포장과 포장도로를 지나면서 주변의 집들과 나무는 반 이상이 파괴되어 있고, 많은 지역이 아직도 물에 잠겨 있어 올해 농사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가는 중간에 몇 번의 검문을 거쳤지만 경찰과 군인들은 우리를 의심하지 않아 그냥 지나칠 수 있었습니다. 때마침 비가 내리면서 빗물로 차창이 가려져 차 안에 누가 탔는지를 쉽게 알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 일행은 무사히 달라섬의 달라크리닉에 도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