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한우, 무전 광우?

이 대통령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통박한다

등록 2008.05.03 15:40수정 2008.05.0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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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정상외교에 대해서 돌이켜 보면, 크게 세가지 장면이 떠오른다.

 

첫째는 '서바이벌 영어'가 통했다며 득의양양 하던 모습이고, 둘째는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 초청 받은 기쁨과 감동을 억누르기 힘들다는 듯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부시 미 대통령 앞에서 감지덕지한 모습으로 카트 운전을 하던 모습, 그리고 세번째는, 동물성 사료를 먹여서 광우병 불안이 남아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신중하게 협상이나 주고 받기 거래도 안 하고 경박하게 덥석 받고 나서, 기자회견에서 아래와 같이 말한 장면이다.

 

'이제 우리 도시근로자들은 값 싸고 질 좋은 소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값 싸고 질 좋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당연한 것이다.'

 

'실용'적으로 하겠다고 해서 지켜보고 있는 데, 그 중요한 걸 양보하고 무엇을 얻은 것인지 조차 설명도 없이, '값싸고 질 좋은 미국산 소고기' 선전을 하고 자화자찬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경박하고 천박하다는 생각에 정말 걱정스럽다.

 

'실용'이란 철학과 가치관이 정립되고 난 후의 실천수단 선택 차원에서 강조되야 하는 가치다. 기본적인 철학이나 가치관도 없이 상습위장전입 같은 틈새에서 사익 챙기기와 인기영합을 노린 얄팍한 이벤트 쇼가 몸에 밴듯한 저런 사람은, 배 고프던 시절에 편법이라도 동원해서 공기단축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인정되던 시대 회장 지시대로 행동하는 건설회사 사장 정도라면 몰라도, 대통령 감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경박하게 떠벌이고 스스로 자화자찬하고, 다음 방문지인 일본에 가기 전부터 '과거사를 매일 문제 삼지는 않겠다'고 미리 발표하여, 일본측 협상단의 부담을 미리 미리 덜어주는 경박함, 내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협상전략상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건수를 말 한마디로 미리 없애 버리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천박성, 도대체 정상외교 협상전략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건가?  이명박인가 "이경박"인가? 이 분이 우리 대통령 정말 맞나? 

 

처음에는, 이제부터, 소고기는 안 먹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학교급식, 군대 짬밥, 각종 인스턴트 식품과 가공식품 등에 첨가된 쇠고기가 미국산인지 여부를 판별하기는 불가능하고, 안 먹기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싫으면 안 사먹으면 된다'는 말이, 대통령이나 정책담당자로서 얼마나 무식하거나 무책임한 말인가? 

 

그리고 여론이 들끓자 부랴부랴 관련 부처 장관들이 출석하여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안전성을 강조하고 해명한다고 발표한 내용을 들으니 더욱 한심하고 기가 막히다.

 

이 문제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국민들이 가장 걱정하고 궁금해 하는 것은, "미국내에서는 생후 20개월 미만의 소만 도축해서 식용으로 유통시킨다는 데, 우리 대통령은 왜 미국인들이 광우병 감염 때문에 먹지 않는 30개월 이상 된 소의 고기는 물론, 내장, 뼈까지도 수입한다고 약속해 주었느냐?" 라는 것과 "그 수입고기 먹고 한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계속 수입해주기로 약속까지 해 준 이유가 무엇인가?" 라는 문제다.

 

여기에 대해서는 설명도 없이 그저 '미국인과 한국 유학생들도 먹는 소고기라 안전에 문제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며 얼렁뚱땅 넘기려는 꼴을 보니, 정말 걱정되고,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그러고 보니,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받아주고 나서 생색내면서 한 말이 다시 생각난다. 그는 분명히 "이제 우리 도시근로자들도 값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말하기를, 진짜 문제는 미국산 소고기를 한우로 속여 파는 것을 방지하고 질 좋은 고급 한우고기를 개발하는 것이라 하였다.

 

즉,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대상은 당연히 저소득 '도시 근로자'들이고 자신과 부동산 투기와 재산 상속으로 부유한 측근들은 고급 한우고기 사 먹어야 하는 데, 정말 걱정되는 것은, 만에 하나라도, 미국산 수입 쇠고기가 자신과 가족들, 그리고 부유한 측근들이 먹을 한우고기로 둔갑하여 끼어드는 일을 어떻게 방지하느냐라는 점을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다시 생각해봐도, "이경박" 대통령과 측근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더라도 그걸 사먹느냐 선택 여부는 도시 저소득층 근로자들의 일이지, 자신들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또 다시 소름이 돋고, 저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국민의 건강과 국가 통치를 맡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렇다한들 어떻게 해야 하나? 사기꾼이라도 좋고 거짓말장이라도 좋으니, 경제만 살려달라고 지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으니...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조인스디국과 한겨레 토론마당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5.03 15:40ⓒ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조인스디국과 한겨레 토론마당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광우병 #방미외교 #이명박 #탄핵 #유전한우,무전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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