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폐허는 얼마나 마음을 안정시키는지...반띠아이 끄데이 사원 뒷모습
이승열
"원 달러", "언니, 예뻐요"를 외치며 물건을 파는 맨발의 아이들을 만난 것은 따 프롬 사원 돌담길 모퉁이를 돌아 한참을 걷고 난 길 끝이었다. 세계 각국의 여행객이 모여드는 앙코르에 어떻게 이토록 한적한 길이 존재할까 싶을 만큼 비현실적인 길이 계속 이어졌고, 그 길 끝에 거짓말처럼 비밀의 사원 입구인 듯한 문이 화들짝 나타났다. 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소년, 소녀들이 눈망울을 반짝이며 모처럼 나타난 돈 많은(?) 관광객을 향해 돌진해왔다.
캄보디아를 상징하는 키워드 '킬링필드'와 '앙코르와트'. 그 캄보디아에서 의식적으로 킬링필드는 밀어내고, 앙코르와트 만을 만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단지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라고, 잠깐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쉴 곳을 찾아온 여행객일 뿐이라며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지도 모르겠다. 예의를 갖추느라 이름을 물어봤을 뿐 사흘을 동행하고도 운전사 소반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만큼 앙코르 유적만을 만나고 돌아가자 하고 내심 단호한 마음을 먹었던 터였다.
앙코르 유적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는데... 한적한 길 끝에서 만난 아이들뚫고 앞으로 나아가기 힘겨울 만큼 관광객을 겹겹이 둘러싼 채 물건을 팔던 아이들, 팔과 다리 없는 몸을 드러낸 채 사원 벽에 기대있던 지뢰 피해자들, 애써 외면하려 해도 여행 내내 이들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던 것이 불과 삼 년 전이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 중에는 앙코르 유적 어느 곳에서도 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행방에 대한 궁금증이 이는 동시에 눈에 뜨이지 않으니 마음이 불편하지 않아 여행에 집중할 수 있어 편하다는 이기심이 섞여있던 터였다. 그런데 그 한적한 길 끝 무렵에서 이 아이들과 딱 마주친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