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취업준비자수는 4년간 58.3%가 증가했다.
1년 후 나 또한 이 취업준비자가 되어 있지 않을까?
정미경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취업준비자 수가 2007년 54만6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취업을 준비한다는 것은 아직 직장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돌려 이야기해서 취업준비자이지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백수'이다.
기업체 입사를 준비하거나 공무원 시험을 공부하는 등 여러 가지 취업 준비를 한다고 하지만 이들은 실제 경제활동인구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취업준비자가 늘었다는 것은 실업자가 늘었다는 말이다. 여기서 아예 취업할 의사가 없는 것은 개인의 의지이기 때문에 크게 사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취업을 하고는 싶으나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진다는 데에 있다.
이와 같은 현실을 생각해 보면 1년 후 나도 '취업준비자'가 되어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불안하기만 하다. 그래서 지금 나는 '취업준비생'에 포함될까봐 전전긍긍하며 4학년을 보내고 있고, 결국 남자친구와 헤어져야 한다는 엉뚱한 결론에까지 이르고만 것이다.
고3 '대학만 가면…', 대학 4학년 '취업만 하면…'"이젠 4학년이니 많이 힘들겠다.'처음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나에게 '취업 준비하는 거 힘들지?'라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야기한다. 4학년이 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압박이 벌써부터 느껴진다. 주위의 극성스러운 걱정과 열심히 구직 준비를 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마냥 쉬고 있는 게 죄인같고 속된 말로 '막장 4학년'이 되어버린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하다.
"이젠 공무원 수도 줄인다는데, 뭐 하려고?"새로 들어선 정부는 수많은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매달리고 있는 공무원 채용마저 대폭 줄인다고 한다. 이미 내 주변에 '공시생'(공무원 시험준비생)만 해도 10명이 넘는다. 그들은 이번 해가 공무원이 될 수 있는 '막차'라며 도서관에 박혀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취업이 힘들면 대학원 가보는 건 어때?"언제부터인가 '대학원 진학 = 미취업'이란 등식이 섰다. 학문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취업 시기를 뒤로 늦추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편견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망설여진다. 더불어 학교 등록금도 만만치 않은데 대학원 진학으로 또 한번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는 더 내키지 않는다. '사회'라는 소용돌이가 무서워 '대학원'으로 도망친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4학년들의 고민은 깊어져만 간다.
"공부만 잘하면 다 좋은 곳으로 취업하더라."부모님은 아직도 도서관에 앉아 책만 파면 절로 좋은 곳으로 취업이 되는 줄 아는 듯하다.
결론적으로 취업에 대한 부담과 고민은 나의 능력부족이 원인이란 생각도 든다. 그러나 '내가 못난 탓이다'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뭔가 이상하고 억울하다.
나는 한시도 쉬지 않고 달려왔고 뒤쳐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고3 수험생 시절, 어른들과 선생님들은 대학만 가면 고생은 모두 끝이라고 했다. '대학만 가면'이란 말로 자고 싶은 본성과 쉬고 싶은 여유, 즐기고 싶은 마음을 위로했다.
막상 대학 입학 후 3년이 지난 지금 '대학만 가면'은 이제 '취업만 하면'이라는 말로 바뀌었다. '취업이 우선이다'라는 생각에 '사랑할 여유'까지 포기해버린 나는 다시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버린 것 같아 한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