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0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하자센터에서 대안학교 재학생들과 졸업생들 간에 좌담회가 열렸다.
김단비
곽제규= 대학 혹은 직장에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야기 해주길 바란다.
김한성=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약간 이상한 느낌을 주는 친구들이 보이는데 대안학교 출신 친구들이었다.
금강산= 이상한 느낌이라면 어떤 느낌을 말하는 건가?
김한성= 예를 들면 대규모 술자리를 싫어하는 사람, 마초를 싫어하는 사람 등을 제외하고 찾다보면 주변 사람들의 스타일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중에 약간 느낌이 이상해서 말을 걸어봤더니 “나 풀무학교(충청도에 홍성군에 위치한 전원형 대안학교) 나왔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모두 웃음) 한번은 기숙사 세탁실에서 만난 사람이 “세제 좀 써도 되요?”라고 물어봤다. 이 때 느낌이 이상해서 물어봤더니 원경고(경상남도 합천군에 위치한 대안학교) 나온 사람이었다. (모두 웃음).
이호랑= 아까 “나 풀무학교 나왔어”라고 고백하던 사람처럼 대안학교 출신임을 숨기는가?
김한성= 누가 물어보면 말하는 편이고, 먼저 말을 하지는 않는다. 예전에는 대안학교를 나왔다고 하면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신기하다는 듯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대안학교 출신들이 많아 그런 일은 없어졌다.
김정현= 나 같은 경우에는 “이우학교 어때?”라고 물어본다면 “좋아”라고 말해준다. 길게 설명해주면 오히려 잘 믿지 않거나 질문한 사람이 다른 말로 넘기곤 했다. 그래서 짧게 대답한다.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이 보편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김한성= 대부분 대안학교 출신들은 자신이 나온 학교를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일반학교를 나온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출신학교를 숨기거나 혹은 검정고시 출신이라고 말을 한다.
한선화= 처음에 바느질방에서 일할 때 매우 답답했다. 거기에 계신 여사장님은 나이차별, 학력차별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처음 대안학교 출신임을 말하고 대안학교에 대해 설명을 했지만 번번이 제지하고 말도 못 꺼내게 했다. 처음엔 대안학교에 대해 설명하려고 했지만 나중에는 각자 일을 하면서 대화가 단절되었다.
차이는 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다르다곽제규= 일반학교 학생들과 대안학교 학생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차이들이 있을 것이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말해줄 수 있는가?
김한성= 대안학교는 좁은 공간에서 일정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낸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는 의미가 커진다. 조그만한 행동도 크게 다가가고 엄청 예민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졸업 후의 괴리감은 나뿐 아니라 대안학교 출신 학생들에게 일반적이다.
한선화= 지금 일하는 곳의 실장님과 내 위의 사수와 함께 게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징그럽다고 하든가, 아예 게이와 젠더의 개념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인정해주고 내 의견을 피력하는 것도 일반학교의 사람들과 다른 점이다.
김정현= 대안학교와 일반학교 학생들은 같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 해도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가는가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공부를 할 수 있을 텐데, 다른 일을 한다거나, 혹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다른 것에 접목시키는가에 따라서 차이를 보일 것이다.
김한성= 보통사람들은 둔감해 모르거나 알아도 무서워 지나치는 것들을 대안공간에 있던 애들은 체험하면서 살아와서 이미 알아버린 경우가 있다. 이 때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것에 대응하는 문제는 개인적인 것 같고, 그 부분부터가 개인차가 큰 것 같다.
사실은 일반학교 친구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곽제규= 대안학교 졸업생 중 대학 진학 후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뭘까?
김한성= 대안학교들은 물리적인 폭력은 물론, 언어나 다른 것들을 존중하고 챙겨주는 공간인데 밖은 안 그렇다. 어떻게 보면 대안학교가 온실이라고 볼 수도 있다. 모두가 대안학교에 입학하면서 한 가지씩의 가슴속 상처를 안고 갔다. 그런데 대안학교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그 상처가 치유되다 못해 면역력이 없어질 만큼 치유가 되어버린다.
이재영= 대안학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적응을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정현= 실제로는 대안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에 와있는 일반학교 학생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배운 방식이 서로 다르니 우리의 부적응이 더 눈에 띄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사람들과 소통해야 곽제규= 이제 좌담회를 마무리하면서 졸업을 앞두고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선배로서 한마디 해주기를 바란다.
한선화= 이것만큼은 마지막 질문으로 하지 말길 바랐다. (하하) 문제는 여전히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 고민만 한다면 문제지만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계속 고민을 하면 한계를 넘을 수 있다.
김한성= 자기 일을 하려면 어렸을 때부터 목표를 세워서 꾸준히 해야 하는 줄 알았다. 내가 정한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설정해 놓은 커다란 그물을 쳐놓고 기다리며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으면 좋겠다.
김정현= 자기가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하되, 너무 거기에만 빠져서 지내면 안 된다. 고민은 혼자 짊어가는 것이지만 고민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가진 사람들은 주변에 많다.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고민의 짐을 덜어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재영= 자신이 원하는 환경을 찾아보는 것도 좋고, 직접 창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항상 미래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것도 좋다.
덧붙이는 글 | 김단비 기자는 하자작업장학교 글쓰기 팀에서 활동하는 고등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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