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나무와 어우러진 낙성박경내
원래 계획은 아침 일찍 출발이었지만 잠에 대항하는 나의 심약한 의지로 인해 늦어져버렸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대학로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낙성공원 종점까지 가니 약속시간까지 한 시간 남짓 남아있었다.
낙성공원은 들어가는 초입에 한 발짝 딛고 서서 그 자리에서 휘 한 바퀴 둘러보고는, 됐다며 늘 잿밥에 관심이 더 많은 오문선양과 나는 그 길로 돌아서 성곽이 둘러싼 그 아랫동네를 골목길 따라 걸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눈이 오면 금방이라도 뒤로 미끄러내려갈 것 같은 그 낙산 꼭대기에 있는 낙성공원 아래 모인 집들이 풍겨내는 기운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그냥 을씨년스럽다고나 할까.
아니나 다를까 좁은 골목을 비집고 집들 사이로 들어가보니 창과 문은 열려있고, 소복히 쌓인 먼지에다가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이불까지 내팽겨쳐두고 이사를 가버려 텅 비어있었다.
밤 중에 자아내는 공포심보다 보일 것 다 보이는 그런 쾡한 느낌이 맘을 더 섬뜻하게 만들었다. 안 되겠다며 급히 뒤돌아 나와 성곽 아랫길로 난 조금 큰 길을 따라가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