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문 위의 '정의의 여신상'.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법전을 들고 있다.남소연
로스쿨 도입과 함께 사법시험은 2014년경에 폐지된다. 사시 폐지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부여하는 몇 남지 않은 '신분상승'의 기회가 없어지고, 로스쿨 제도는 계층 간의 격차를 고착화할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생각일 뿐 아니라, 그 하나조차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진 지 오래다.
시험 한번 잘 치면 인생역전?
일회성 필기시험은 그 시험에 대비하여 자원을 집중 투자할 여력이 있는 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끼니를 때우는 것만도 다행으로 여기던 시절, 전란으로 폐허가 되어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에는 일회성 필기시험이 공평했다.
그러나 계층간 격차가 현저히 벌어진 이제는 일회성 필기시험의 가장 큰 수혜자는 형편이 어려운 응시생이 아니라 넉넉한 자금과 여력이 있는 응시생이다. 고시생에 대한 체계적 장학금 제도는 없다. 반면, 로스쿨로 인가받기 위해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장학제도를 반드시 구비해야 한다.
한판 시험 만능을 부르짖는 자는 이 사실을 간과하였거나, 이 점을 알면서도 자기 계층의 이익을 영속화하기 위한 이기적 주장을 피상적 '공평'으로 포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사시합격으로 '신분상승'이 이루어지는 것이 마치 당연한 일인 양 여기는 데 있다.
일회성 관문의 통과로 단숨에 인생역전이 가능한 사회는 정의롭지 못하다. 극심한 독과점 체제가 존재해야만 이런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꾸준한 노력과 지속적 자기계발이 정당히 보상받는 사회가 정의로운 것이다.
사시폐지를 아쉬워할 것이 아니라, 사시합격에 부여되는 독과점 프리미엄을 합리적으로 제거하는 방안을 고안하는 데 노력할 일이다. 그 해법은 현행 사법연수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수습변호사 제도를 적절히 운영함으로써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왜 나랏돈으로 수습 직원에 월급줘야 하나
사법연수제도는 자영업자(변호사도 자영업에 불과하다) 연수에 연간 500억원이 넘는 국가 예산을 쏟아붓는 제도이다. 초보법률가가 각자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진출하여 실제로 일을 배우며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시점을 2년 간 인위적으로 유예하는 제도이다.
그 대신, 그 기간 동안 자기들끼리의 소모적 등수경쟁에만 올인하도록 강요하는 특이한 제도이다. 한 마디로 우리 법률서비스 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에 결정적인 걸림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