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장애인부모회 등 18개 장애인단체 소속 회원들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시장은 '장애아 낙태'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의사들은 책임 회피를 위해 보수적으로 '기형아 검사'를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기형아 검사' 오류로 곤욕을 치른 의사들도 있다.
2006년 12월 12일 서울서부지법은 척추성근위축증(SMA)을 타고 난 아이의 부부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에게 1억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담당 의사가 SMA 검사를 철저하게 하지 않아 부모가 낙태를 선택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즉, 죽어야 할 아이가 태어났으니 병원이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다.
이 반대의 경우도 있다. 최근 발간된 한 장애인 잡지에 이런 글이 적혀 있다.
"병원에서 뱃속의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라는 판정을 받은 부모가 고민 끝에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났을 때 다운증후군이 아니었다. 만약, 의사의 말을 믿고 유산을 시켰다고 하면…. 누가 인간의 생명을 책임지고 결정할 수 있단 말인가?"
죽어야 할 아이마저도 소중한 생명으로 여기고 낳은 부모의 선택이 참 아름답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위 두 사례는 '기형아 검사' 과정에서 의사들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가령, 검사 결과와 달리 비장애인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서 항의하는 부모는 없을 터지만, 검사와 달리 장애 아이가 태어나면 의사들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의사들이 어떤 태도로 검사를 할지는 분명해진다. 그들은 조금만 의심스러워도 태아의 장애 가능성을 제기할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대부분 부모들은 극도의 공포심에 사로잡히게 된다.
인종개량학은 지금도 계속된다
어쨌든 아이를 낳느냐 죽이느냐는 부모의 선택이다. 설령, 검사 오류로 장애가 없는 태아를 죽였다 하더라도 담당 의사가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 이미 죽은 아이는 말이 없을테니까.
그런데도 장애운동은 우생학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황우석씨의 줄기세포 사건 때도 그러했지만, 무분별한 장애인 낙태 문제에 대해서도 피상적 접근을 할 따름이다.
이를테면 이번 이명박씨 사건을 계기로 '모자보건법'의 장애인 낙태 조항을 철폐하는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조짐은 없다. 태아 성별검사를 불법으로 만든 1987년 의료법 개정을 통해'여성으로 태어날 권리'를 인정받은 여성운동의 타산지석이 아쉽다.
이처럼,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간 생명을 폐기하는 우생학(인종개량학)이 고대부터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다만, 장애 영아를 살해한 고대적 전략이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장애 태아를 살해하는 현대적 전략으로 바뀐 것뿐이다.
3000년 전에는 태어나자마자 음습한 계곡에 버려진 생명들이, 지금은 태어나기도 전에 병원 폐기물로 처분된다는 말이다. 이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태어날 권리'가 과연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 윤삼호 기자는 한국DPI(한국장애인연맹) 정책팀장입니다. 이 기사는 장애인 인터넷 신문 에이블뉴스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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