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2에서 바라본 아일랜드피크봉과 아마다블람 봉으로 이어지는 히말라야 산맥의 파노라마.한국산악재단
날씨는 구름이 많이 끼긴 했지만 바람은 그렇게 심하지 않다. 강풍은 원치 않지만 웬만큼 바람이 불어주지 않으니깐 언제 강풍이 갑자기 불지 몰라 오히려 두려운 생각이 든다.
아마다블람 봉을 바라보며 보온병에 담아온 따뜻한 차로 속을 데우고 안치영 대원이 다시 등반을 시작했다.
안치영 대원과, 강기석 대원 그리고 셀파 파상보티, 이 세 명의 대원이 각자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간격을 두고 속도를 맞추어 올랐다. 서로의 모습을 봐주며 격려의 손을 들어주고 서로 마음속으로나마 행운을 외쳤다.
여기서 다시 80도 정도 되는 경사의 빙벽구간이 나온다. 이곳의 지형은 위는 넓고 아래는 좁은 깔때기 형상의 협곡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낙석이 치명적인 구간이다. 될 수 있으면 신속히 통과해야 하지만 산소가 부족한 고도라서 숨은 턱까지 차고 몸이 초조한 마음처럼 그렇게 따라 주질 않는다.
느린 동작이지만 그저 주의하고 순간순간 낙석을 잘 피하면서 차근차근 올라가야 했다. 빙벽, 암벽 혼합구간이다가 보니 호흡도 거칠어지고 체력 소모도 극심하다. 여기서는 체력이 급속도로 고갈되어 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동작은 취하지만 손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 협곡구간을 빠져나오자 캠프2가 나타난다. 텐트를 설치할 만큼의 공간이 없어 설벽면을 동굴처럼 파내 만든 캠프 사이트는 등반에 지친 대원들의 안락한 보금자리다. 한국팀은 텐트 2동을 설치하고 그 위쪽에 일본팀이 텐트 3동을 설치했다. 일본팀은 물자와 셀파가 한국팀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항상 캠프를 넓게 사용한다. 그들보다 부족함이 많은 한국팀은 악착같이 승부근성으로 밀어붙여서 그런지 일본팀 오사무 다나베 대장은 "헝그리 스피리트(Hungry Spirit)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