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회째를 맞는 촛불문화제가 설날을 하루 앞둔 대추 농협창고에서 열렸다.손대선
이날 저녁 농협창고에서 열린 촛불문화제는 정확히 900회째였다. 주민들은 900일 내내 논일로 다져진 손을 씻을 겨를도 없이, 저녁밥 몇 술만을 챙긴 채 행사장을 찾았다. 무너진 대추분교 앞 비닐하우스, 평택역 앞 광장, 평택지청 앞 대로, 안정3거리, 대추 농협창고, 그리고 평화예술동산…. 주민들이 그곳에서 밝힌 촛불의 숫자가 10만개는 될까. 그러나 주민들이 흘린 눈물방울 수는 가늠할 수가 없다. 다만 아무리 긁어내도 지워지지 않는 촛농자국이 농협창고바닥에 이들이 지난날 흘린 눈물을 증거 하듯 대신 남아있을 뿐이다.
어느새 촛불문화제에 2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전라도와 경상도와 서울과 일본과 미국에서 이곳을 찾았다.
"손이 갈쿠리가 돼 일구어낸 곳입니다. 이 땅은 여러분 자신이었습니다. 이 땅에 평화의 씨앗을 뿌렸지만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봄은 오고 평화도 찾아올 것입니다. 기어이 평화는 싹틀 것입니다. 그때를 위해 마음을 가다듬으시길 호소합니다. 땅은 빼앗겨도 마음만은 빼앗기지 마십시오. 막아내지 못한데 대한 죄송한 말씀을 어떻게 드리겠습니까…"
낮부터 주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던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빼앗길 들에 봄은 올 것이다"라고 낮게 말하자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주민들은 오는 3월31일까지 자신들의 정든 집과 농토를 정부에 내줘야 한다. 285만평에 이르는 이 광활한 땅에는 골프장을 포함한 미군의 각종 위락시설이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