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군 율곡면 내천리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가. 현재 군청 소유로 매년 800여만원을 들여 보수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윤성효
'영남 파시즘'의 유령과 다시 싸워야 한다
나는 대한민국 파시즘은 '영남파시즘'이 그 핵심이며 지금도 그 유령과 힘겹게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의 애초의 질문, 왜 호남에서는 상상조차 못할 전두환에 대한 옹호가 영남에서는 대중적으로 자행되고 있는가, 그리고 왜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전두환에게 통상적인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하며 여전히 그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는가에 대해 반드시 대답해야 할 것이다.
그 대답 비슷한 것이 나오긴 했다. '전두환 세배'를 단행한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대한민국 근대사의 아픔과 상처가 반복되는 역사를 치유하고 통합하자는 측면에서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분명한 사실은 용서와 치유의 기적, 동서화합과 통합의 기적이 없이는 대한민국의 기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역사의 기로에 놓여 있는 셈이다. 우리 모두 원희룡 의원과 함께 각자 다음 질문에 대답해보자. "동서화합과 통합의 기적"을 위해 우리 모두는 '전두환 세배'에 동의해야 하는가 아니면 "동서화합과 통합의 기적"을 위해 전두환에 대한 통상적인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마음속에서 철저히 박탈해야 하는가?
적어도 난 "동서화합과 통합의 기적"을 위해 역사적 범죄자에게 세배를 하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하자는 원희룡 의원의 주장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대답에 극단적인 '지역적 편차'가 있다고 해도 난 지역문제 해결이라는 미명하에 이런 문제를 쉬쉬하며 그들과 타협할 생각이 절대로 없다. 전두환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지역적 편차'를 해소하는 것!, 나는 그것이 바로 지역문제의 해결이며 민주주의의 진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묻는다. 언제까지 역사에 도발하는 그들의 영남파시즘을 두려워하며 정신적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가? 언제까지 영남의 양심세력은 전두환을 옹호하는 영남인들의 이데올로기와 싸우는 것을 호남인들에게만 맡겨놓을 참인가? 도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싸울 수밖에 없는 호남인들을 향해 지역주의적 퇴행을 일삼고 있다고 거꾸로 된 비난을 할 참인가?
내 장담한다. 광주학살 이후 이 땅의 민주주의가 대한민국 전체와 한줌도 안 되는 전두환 일당의 싸움을 통해 완성됐다면 지역문제는 진즉에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땅의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전두환 당'에 반대해 호남몰표를 던지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들과 그런 호남몰표를 비난하는 자들의 싸움을 통해 전진해야만 했다.
앞으로는 어떨까? 과연 대한민국은 앞으로 '영남파시즘의 유령'과 정면에서 맞서 싸울 생각이 있을까? '호남몰표'의 상징 민주당은 이미 타격했으므로, 이제는 일해공원도 만들고, 전두환에 세배도 하고, '전두환 당'의 법통을 계승한 한나라당은 계속 융성해 이 나라 정치의 '양대산맥'이 돼야 한다는 담론만이 넘쳐나는 데 이 땅의 민주주의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나는 '영남파시즘의 유령'이 전두환 주위를 맴돌며 '전두환을 추앙'하고, '광주해방구'를 상상해내는 이 땅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는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고 본다. 이 땅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그 반동적인 유령과의 힘겨운 투쟁을 필요로 하는 '민주화 이전의 민주주의'일 뿐이다. 역사에 도발한다면 그들이 누구든 처음부터 다시 싸우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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