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고참이 됐을 때 후임 괴롭히지 마라"

등록 2005.06.20 22:49수정 2005.06.2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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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새벽 일어난 전방 총기난사 사건으로 인하여 아까운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간에 그들의 죽음은 안타까울 뿐이다.


충격적인 이번 사건을 접한 뒤 오늘 훈련소에 입대하는 장병들과 가족들의 모습이 TV 뉴스를 통해 방송됐다.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입대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하는 것 같았다.

국방부의 공식적인 발표에 의하면 군내부에서 구타 및 가혹행위가 일체 금지되고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군 생활을 할 때만 해도 암암리에 그런 일들이 벌어졌고 입대를 앞둔 장병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 또한 구타 및 가혹행위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필자가 후반기 병과 교육의 퇴소가 다가온 시점에 앞으로의 군 생활에 대한 충고를 해주었던 한 부사관의 말이 떠오른다. 그 당시 나는 막 이등병 작대기를 하나 달고 자대배치를 앞둔 상황이었다. 비로소 자대로 간다는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던 시기였다.

"만약 너희들이 자대에 가서 고참들에게 구타나 가혹행위를 당할 것이 두렵다면 너희들이 고참이 되었을 때 후임들에게 절대로 그런 짓을 하지 않으면 구타나 가혹행위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왜 너희들은 지금 그것이 그렇게도 두려워하면서 막상 너희가 고참이 되었을 때 똑같이 후임을 괴롭히는 것이냐? 너희들이 그런 악습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여전히 군대내 구타와 가혹행위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 말은 군 생활 내내 필자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비록 나이 지긋하신 분들의 예전 군 생활과 비교할 수 없지만 나 자신은 운이 없었던 것인지 자대에 배치 받은 후 교육용 사고사례 정훈 비디오에서나 나옴직한 혹독한 고참들 밑에서 오랫동안 '고난(군대식 은어로는 갈굼)'을 당했다.


필자도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는 왜 탈영이나 자살사고가 끊이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았고 그런 일을 저지르는 사람은 정신적인 이상이 있는, 보통사람과는 아주 다른 사람으로 취급했었다.

하지만 필자가 막상 군대에서 원치 않게 혹독한 고참에게 끊임없이 당하면서 인격적 모독이 계속될 때는 때론 탈영이나 자살, 혹은 그 고참들을 죽이고픈 마음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었고 입대 전 정신이상자로 취급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한편으론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절대로 나 자신은 후임들에게 구타 및 가혹행위는 물론이요, 욕설조차 하지 않았고 제대를 한지 만 5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여전히 그때 그런 나의 행동은 옳았다고 생각하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혹자는 군대에서는 어느 정도의(?) 구타와 가혹행위가 있어야 모든 일이 잘 돌아간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또한 군대라는 곳은 가장 비민주적인 상황인 '전쟁'을 대비하여 만든 조직이기에 절대로 민주적이 될 수 없다는 도올 김용옥의 말에도 공감하지 않는 바는 아니나 그러한 방식이 아니라도 충분히 정예 병력은 육성될 수 있다고 본다.

군대에서 후임에 대한 선임으로서의 권력은 제아무리 길어봐야 2년을 넘지 못한다. 또 자신이 후임일 때 선임에게 당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후임을 구타한다는 것도 정말 부질없는 짓일 뿐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힘든 군 생활이고 편하려고 온 곳이 아니기에 조금이라도 서로가 서로를 편하게 해주고 몸 건강하게 전역을 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입대를 앞둔, 혹은 아직 후임의 굴레를 벗지 못한 장병들에게 군대를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감히 말하고 싶다. 당신들이 군대내의 구타 및 가혹행위가 두렵다면 비록 자신들이 그러한 고통을 당했을지라도 그것을 당신들의 후임들에겐 물려주지 말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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