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둑' 즐거운 흙피리 만들기 체험

양평 흙피리공방으로 떠난 봄 야유회

등록 2004.06.10 22:37수정 2004.06.1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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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구워낸 흙피리
갓 구워낸 흙피리장봉수

그다지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어린 날들의 추억을 더듬어 올라가 보면 참으로 많은 단체놀이가 있었습니다. 그것들의 대부분은 땅위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떠올려 보며 지금 우리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보니, 생명의 근원이라는 흙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개인적인 놀이문화가 대부분임을 깨달았습니다.


구슬치기, 오징어놀이, 비석 치기, 자치기 놀이도 바로 땅에서 행하여졌던 놀이요, 문화였는데 반해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은 학교나 놀이공원을 방문하지 않으면 '흙' 자체를 접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흙을 찾아 아이들과 뛰어 놀기를 즐겨하였습니다.

동시대를 살아냈던 대학 선·후배들과의 정기적인 모임에서 봄 야유회를 어디로 어떤 내용으로 갈 것인가를 놓고 서로의 머리를 맞댔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흙을 접할 수 있는 곳으로 가되, 무언가 재미있고 뜻 있는 놀이가 없을까 연구 끝에 우리 모두는 흙을 빚어 피리를 만들고 구워내어 악기를 만드는 흙피리 만들기 체험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5월 30일 경기도 양평의 흙피리공방을 찾아가 흙피리 만들기 체험을 하기로 한 것이죠.

아이들도 들뜨는지 이른 시간 6시에 깨우는 엄마의 채근에도 군소리 한 마디 없이 일어나서는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길을 나섰습니다. 이윽고 도착한 흙피리공방에서 공방의 주인장 '후두둑'은 예의 그 넉넉한 웃음으로 일행을 맞이하여 주었고, 흙피리 만드는 작업은 시작되었지요.

왜? '후두둑'이란 예명을 쓰는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체험의 대부분이 아이들과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친근함을 유발하기 위하여 다소 엉뚱한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아닌가 짐작해보았지요. 참, 그러고 보니 강습 도중에 '후두둑'이라는 말을 많이 쓰더군요.


흙피리의 종류

흙피리에는 오카리나, 훈, 꾸룩이 등이 있습니다.


오카리나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거위'라는 뜻인데, 리코더처럼 취구와 혀가 고정되어 청아하고 깨끗한 정확한 음을 만들어 줍니다 .

훈은 단소나 대금의 취구와 같습니다. 부는 사람의 입 모양에 의해 바람소리, 꺾는 소리, 거친 소리, 청한 소리 등을 자유롭게 낼 수가 있습니다.

꾸룩이는 새를 부르고 개를 부르고 애인을 부르는 신호음이지요. 마치 휘파람과 같습니다

문지르기 작업

자! 이제 '흙피리 만들기'의 즐거운 체험을 해 볼까요?

흙피리 만들기 체험이라 하여 처음(흙반죽)부터 시작한 것은 아니고 미리 '후두둑'이 만들어 놓은 여러 가지의 모양을 각자 하나씩 들고 숟가락 하나 들고 광을 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문지르기를 하는 것은 흙을 빚으면서 생기는 미세한 구멍들을 문질러서 메워주고, 촉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것이죠.

문지르기를 통해 흙으로 빚었던 흙피리는 예쁜 옷을 입는 것이죠. 문지르는 수저의 재료에 따라서 또 한번 흙피리는 다양한 색깔을 가집니다.

흙피리 문지르기
흙피리 문지르기장봉수

저는 은수저로 문지르기를 하였는데 옥색의 옷으로 바뀌었고 일반적으로 식당에 흔하게 있는 쇠수저로 문지르기를 한 것은 까맣게 반짝 반짝이더군요.

금수저로 문지르는 것도 있는데 금색을 띠면서 예쁘기는 한데 금수저 값이 너무 비싸서 해보지는 못하였고, 놋수저는 또 그 나름의 다양하고 예쁜 색을 내었습니다.

그리고 후두둑의 말에 의하면 색깔 있는 돌로 문지르면 다양한 색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이 까짓쯤…' 했던 문지르기였지만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꼼꼼한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없었지요.

그저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문지르고 또 빈곳을 찾아 문지르고…. 아이들은 서로 자기의 작업이 더욱 잘되었다고 자랑하고…. 어느덧 1시간이 후딱 지나가고 이제는 정성껏 문지른 흙피리를 굽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모닥불 피워 굽기

어릴 때 어른들이 불장난하면 밤에 '쉬 한다'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불장난이 재미있었던 것은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지나 봅니다.

돌을 쌓고 종이에 불을 붙여 나무를 올려 불을 내는 하나 하나의 과정이 뭐 그리 재미있는지 연신 '까르르, 히히, 호호, 하하' 맑은 웃음 터트리며 모닥불에 옹기종기 모여 불을 만들었습니다.

모닥불 피우기
모닥불 피우기장봉수

후두둑의 설명에 의하면 다른 공방에서는 굽기 과정은 잘하지 않는데 이곳은 아이들에게 흙피리 제작의 전 과정을 보여주고 참여시키기 위해 굽기의 과정도 함께 즐긴다는 것이었습니다.

굽는 것도 요령이 있어서 처음에는 흙피리를 중간에 놓고 먼저 연기만으로 구워내어야 합니다. 흙은 갑작스럽게 불을 때면 표면이 굳어져 속 공기가 열을 받아 팽창하죠. 그럼 터집니다. 숨어있는 공기의 피난처를 마련해 주고 조심조심 나가라고 하는 작업이죠.

연기를 쐬어 주며 조심스럽게 진행하면서 불의 온도가 400도 정도 되면 물은 95%가 빠져나가고 '시껌장이' 흙에 붙기 시작합니다. 지금부터는 불꽃이 흙피리에 직접 닿아도 되지요.

여기까지의 작업을 지켜보다 보니, 어느새 뱃속에서는 '꼬르륵 꼬르륵'. 신 새벽의 길을 달려온 까닭인지 여럿이 함께 어울려 논 까닭인지 평상시와는 달리 배가 무척 고파 우리 모두는 산 속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걸어 논두렁을 거쳐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꽤 오랜 세월 김치찌개 하나의 식단으로 장사를 하였다는 사장님의 자랑대로 깔깔한 찌개는 아이들의 반찬 투정을 쫓아내어 주었고 맛난 점심을 먹었지요.

참, 점심식사 전에 아이들과 개울가에서 쪽대로 고기잡은 것도 하나의 추억이군요.

고기를 잡아 볼까나?
고기를 잡아 볼까나?장봉수

솔잎연기 씌우기

맛난 점심을 먹고 올라오니 어느덧 흙피리 굽기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는데, 후두둑이 아이들을 모두 모으더니 '각자 낙엽 10장 주어오기'를 주문하더군요.

원래는 솔잎을 모아 해야 하는 작업인데 사정상 뒷산의 여러 가지의 잎들을 모아왔지요. 너무 썩은 것은 후두둑이 '불합격' 하며 아이들의 귀에다가 호령을 치며 판정을 내렸고 '합격 판정'은 아이들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죠.

이 작업을 하는 이유는, 빨갛게 달아오른 흙피리를 솔잎이 든 차가운 솥단지 안에 넣으면 갑작스런 경직이 일어나는데, 이때 솔잎(낙엽)이 타면서 나온 연기가 흙피리 안으로 들어갔다가 갇히게 되는 것이지요. 하여 낙엽의 그윽한 향기가 흙 속에 남게 됩니다.

물 뿜기

연기를 씌우는 작업이 끝나니 후두둑은 또 아이들을 모아 입안 가득히 물을 머금어 소방수 놀이를 하자고 하더군요.

누가 누가 잘 뿜나. 처음에는 장난을 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뜨거운 흙피리를 식히는 마지막 공정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연신 입안 가득히 물을 머금고 와서 '푸우~~~' 뱉어내는가 싶더니만 금세 자기들끼리 뿜어내고 도망가고, 또 울리는 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참으로 시원한 청량제이었습니다.

솥단지 위에 고기 구워 먹기

흙피리를 굽고 난 모닥불 위에 커다란 솥뚜껑을 올려놓고 우리 모두는 준비해간 고기를 올려 지글지글 구워냈지요.

아직은 뜨거운 기운이 남아있는지라 고기는 금세 먹음직스럽게 구워지고, 어른들은 그곳의 명물인 막걸리 한 잔을 마셔가며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아이들도 처음 보는 고기 굽기라 신기해하며 불 주위에 몰려들어 고기를 볼 안 가득히 밀어 넣고, '오물, 냠냠, 쩝쩝' 먹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지글지글 고기굽기
지글지글 고기굽기장봉수

흙피리 불기 대회

준비해간 10근의 고기도 어느덧 게눈 감추듯이 없어지고 난 후 우리는 흙피리 연주대회를 가졌지요. 학교에서 혹은 유치원에서 리코더를 불어본 경험이 있는지라 금방 능숙하게 아이들은 동요를 연주해 내었습니다.

'삐리리리릴리'
'라라라라라라'
'뚜~~~~~~'

흙을 만지고 굽고 소리를 내어 본 흙피리 체험은 아이들의 맑은 웃음과 함께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다함께
모임을 마치고 다함께장봉수

양평 흙피리 공방 가는 법

주소: 경기도 양평군 지제면 곡수리 67번지 (마을이름:귀골)
전화 : 031-773-2042
손전화 : 018-202-8806
홈페이지: www.hrgpiri.co.kr

서 울 - 홍천간 4차선도로 양평 - 광탄,지평 - 곡수(70번 국도)
양 평 - 이포대교 - 용문,지평방면- 곡수
곤지암 - 이포대교 - 용문,지평방면 - 곡수
여 주 - 여주대교 -양평방면- 지평방면 - 곡수

곡수삼거리에서 옥천1리 마을로 들어와서 정자나무를 보고 오면 됨 / 흑피리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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