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테라스에서 모노노케 히메까지>(책세상, 2001)책세상
"우리는 일본과 일본인을 사랑할 수 있을까?"
다소 엉뚱한 질문처럼 들리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 속에 일본을 바라보는 두 가지 마음이 뒤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적극적으로 사랑은 하고 싶지만 불편한 과거 때문에 차마 할 수 없는 애증어린 심정이라고 할까.
쉽게 말해 우리는 일본과 일본인을 한편으로는 '동경'의 대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거부'의 대상이라는 복합적 심정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물론 합리적 일본관, 곧 일본으로부터 '배울 건 배우고, 비판할 건 비판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럴려면 비교적 객관적인 입장에서 일본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까지 이러한 자세보다는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쪽과 무조건적으로 거부하는 쪽으로 갈려 있는 듯 하다.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
일본종교를 연구하고 있는 소장학자이자 <아마테라스에서 모노노케 히메까지 : 종교로 읽는 일본인의 마음>(책세상, 2001)이라는 책을 쓴 박규태씨는 이 같은 복합적 심정에 대해 "우리 사회가 평면적이고 양자택일적인 이원론이 지배하는 곳"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또한 "일본에 대한 우리의 비생산적이고 이중적인 콤플렉스가 여전히 강력하게 기능하는 현실"이라 덧붙였다.
일본에 대한 우리의 '자아의식'이 이런 식으로 서 있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는 "끌어안아야 할 일본과 우리가 마땅히 경계해야 할 일본"을 뒤섞어 버리게 된다. 또한 "옳고 그름의 담론이 그저 껍데기뿐인 명분으로 권력을 행사"하면서 "생각이 다르고 내 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고 악으로 매도해버리는 일차원적인 발상들이 독버섯"처럼 피어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은이는 일단 우리가 얼마만큼 일본을 알고 있는지 묻는다. 특히 일본의 종교에 대해서. 이에 대한 지은이의 대답은 단호하다. 그는 "일본인의 종교에 관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바는 거의 제로 상태다"라며 "한 문화의 종교를 이해한다는 것은 타자와의 만남을 위한 첫 번째 배려"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과거사 문제가 아직 풀리지 못한 상황에서 과연 사심없이 일본이라는 타자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학인으로서 자신이 공부하는 대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고 또한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유독 일본에 대해서만은 그게 쉽지 않다. 처음 일본에 가서 공부할 때 느꼈던 알 수 없는 분노, 나는 지금도 그것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럼에도 지은이는 분노를 접고 이해의 상상력을 펼치며 일본인 마음 속으로 들어갔다. 어렵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합리적인 일본관을 정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서 지은이는 이 책에서 일본의 신도와 불교, 기독교와 신종교 등의 사상과 역사, 그리고 그 현대적 정황을 기술했다. 한마디로 일본의 종교 지형을 한눈에 조감하며, 그 조감도 속에서 일본인의 마음 깊이를 읽어내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종교현상학적 태도 가운데 하나인 '공감'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