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기
이런 무지를 단번에 깨칠 책이 이 달 들어 발간되었다. <티베트 역사산책>(정신세계사 간)은, 티베트의 창세기부터 21세기까지 그 흥망의 역사를 한 번에 꿰뚫고 있는 책이다. 저자의 주장대로, <티베트 역사산책>은 체계적이고 정확한 사실적 정보와 역사에 대한 합리적 해석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명실공히 세계 최초의 온전한 티베트 역사서로 자리매김한다. 지금까지 티베트의 불교사나 부분적인 역사를 다룬 외서들은 있었지만, 티베트의 역사를 비평적으로 다룬 본격 역사서는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 게다가 현재 국내에서 여러 형태로 혼용되고 있는 티베트 용어들을 가장 원어에 가깝게 통일시켜 표기했다는 점은 국내 티베트 연구에 초석을 마련하는 점이다.
한국인의 관심을 반영한 독특한 외국 역사책
게다가 <티베트 역사산책>은 우리 민족의 관심사도 놓치지 않아, 혜초 이전에 티베트를 경유하여 인도로 순례를 떠난 네 명의 신라 승려들의 행적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밝혀 내기도 하는 역사적 성과를 올렸다.
장장 세 개나 되는 이 책의 추천사에는 역사서 치고는 파격적으로 소설가 이외수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는 “<티베트 역사산책>은 티베트의 정신과 역사와 인간과 자연을 가장 상세하고 명쾌하게 보여 주는 ‘종이거울’이다. 토굴에 들어앉아 묵언참선(?言參禪) 십 년을 하느니 이 책을 구해서 열 시간만 탐독해 보라!”고 추천사에서 말한다.
티베트만 10년을 연구한 저자
이 책의 지은이는 목판화가이며 강원도 홍천에서 티베트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규현이다. 티베트를 수시로 오르내려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저자는, 유행 타듯이 한번 스쳐 지나가는 문화저술가가 아니라 10년 넘게 티베트에만 매달려 온 진지한 티베트 연구가이다. 신비의 땅 티베트의 매력을 상품화시키려는 저급한 의도와는 애초에 거리가 멀다는 점 또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와 해인불교전문강원을 거쳐 북경의 중앙미술대학, 라싸의 티베트 대학에서 수인목판화와 탕카를 연구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1993년부터 양자강 황하 갠지스강과 티베트 고원을 단신으로 종주하여 그 여행기를 신문, 잡지에 현재까지 연재하고 있으며 2000년에 이미 수미산을 테마로 한 책 <티베트의 신비와 명상>을 낸 바 있다.
그는 홍천강변에 ‘수리재(水里齋)’라는 유명한 집을 지어서 20년째 살고 있는데, 이 집과 집주인을 소재로 시를 써서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도 있고 ‘수리재’라는 거문고 산조를 작곡한 유명 국악 작곡가도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집은 가끔 춘천이나 강촌 지역의 관광 코스에 포함되기도 하는 특이한 개인주택이다.
티베트의 독립을 꿈꾸는 화가
다음은 저자와의 인터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