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청사
권우성
이날 박 경감은 "장 전 경무관과 (수사가 진행 중이던 시기) 통화한 사실은 있으나, 일상적 대화였을 뿐 사건 관련 대화는 주고받은 적이 없었다"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검사가 2022년 9월 23일, 10월 27일, 11월 25일 탁씨에 대한 피의자 조사 및 참고인 조사가 진행되던 날 장 전 경무관과 증인이 수 차례 통화한 사실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며 대화 내용이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내놓은 답변이다.
그러면서도 박 경감은"이 사건 수사 정보가 유출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유출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검사는 이날 증인신문에서 하루 전인 25일 같은 법정에서 다른 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한 브로커 성씨를 신문하며 제시했던 통화기록은 제시도, 언급도 하지 않았다.
성씨 증인신문 때 제시됐던 문서에는 2022년 9월 28~30일, 10월 27일과 11월 16일 박 경감 ↔ 장 전 경무관 ↔ 성씨 ↔ 탁씨 순으로 이어지는 통화 기록이 다수 담겨 있었다.
검사가 기록을 제시하며 "장 전 경무관이 증인(성씨)에게 수사 정보를 알려주면, 증인이 탁씨에게 알려준 게 맞느냐"고 묻자, 성씨는 "제가 속없는 짓을 많이 했다. 연락이 오면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제가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금수대 팀장 증언 "수사 정보 유출은 있었던 듯... 내가 한 건 아니다"
팀장 - 장 전 경무관 - 성씨 - 탁씨 순 통화기록 25일 법정서 공개
이날 증인신문에선 사건 축소 의혹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박 경감은 송치 금액이 크게 줄어든 이유가 무엇이냐는 검사 질문을 받고 "주요 피해자로 거론된 이가 사망했거나 조사에 불응하면서 결과적으로 송치 금액이 줄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질문에 앞서 검사는 탁씨 코인 투자사기(FTB 코인 판매 사기) 사건 수사의 단초가 됐던 국가수사본부 서울경찰청 첩보팀 보고서와 탁씨 사건 수사 결과 보고서 등을 제시했다.
첩보팀 서류에는 이 사건 편취(騙取·남을 속여 재물 등을 빼앗음) 금액이 370억 원대로 기재됐으나, 서울청 금수대 수사를 거쳐 2022년 12월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될 당시 경찰 서류에는 편취 금액은 11억 원 수준으로 줄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탁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것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사건 담당 수사관이던 안 아무개 경장으로부터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한다는 의견이 단 한 번도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금수대 조사 과정에서 피해 금액이 대폭 줄었던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은 상부에서 수사팀에 피의자에 대한 영장을 신청하라고 지시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도 했다.
반면 같은 법정에 앞서 지난달 27일 증인으로 나왔던 탁씨는 "브로커 성씨와 성씨의 뒤를 봐준 고위직 경찰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에 대해 불구속 수사한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증언했다. "저에게 불리하지만 솔직히 증언하겠다"고 강조하면서다.
박 경감은 탁씨에 대한 서울청 금수대의 2차 조사가 진행되던 2022년 9월 30일 조사실에서 수사 편의를 제공했다는 의혹 역시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