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열세 번째,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민생토론에는 토지 규제 개선과 관련한 정부 부처의 합동 보고와 참여자들의 토론이 있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재개발·재건축에 관한 규제를 아주 확 풀어버리겠습니다. 30년 이상 노후화된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 바로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안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주민 수요를 검토해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월부터 시작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가 15번째를 넘기고 있다. 민생토론회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거의 대부분이 대통령 발언으로 채워진다. 참가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반영해서 결론을 도출하는 형식이 아닌지라, 사실상 대선 공약 발표장을 방불케 한다.
지난 1월 10일 경기 고양에서 진행된 민생토론회에서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착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2월 13일 부산시청에서는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으로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2월 21일에는 울산에서 20년 만에 그린벨트를 해제 기준 전면 개편을 선언했고, 또 5일 후 충남 서산에서는 여의도 117배 면적의 군사보호시설 해제를 발표했다.
총선을 앞두고 이뤄지는 민생토론회와 지방 순방은 곳곳에서 관권선거, 선심성 정책 남발이라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보수언론인 <동아일보>조차 27일 자 사설을 통해 "대통령이 지난 두 달간 내놓은 선심성 정책들만 해도 과거 선거를 앞두고 암묵적으로 용인돼온 '정부 여당 프리미엄' 수준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라며 "정부와 대통령실의 자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정도니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행보는, 속뜻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비밀일 뿐이다.
그렇게 2개월 동안 15회 민생토론회에서 대통령이 약속한 정책을 입안하려면 약 831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는 <시민언론 민들레>의 보도까지 나왔다. 2023년 국가 예산 638조 7000억 규모와 비교해 보더라도 1년 예산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타당성조사나 관계 기관 검토, 야당과 협의도 없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옛말을 '선거 때문에 나라 거덜 내겠다'로 바꿔도 별로 이상할 것 없는 행보다.
또 대규모 약속 사항이 이행되려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지금처럼 여소야대에,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가 있다면 대통령 의지만으로 실행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를 모르지 않을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약속은 '이 약속을 지키려면 국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다가올 총선에서 반드시 과반 이상, 절대다수 의석의 여당을 만들어 달라'라는 호소를 담고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린 것 같지 않다. 이러니 야당과 협의도 없이 전국을 순회하며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들을 약속하는 것은, 지켜낼 수 없는 선심성 정책의 남발이고 가짜 민생행보라는 것이다.
3:1의 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