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에서 함께 박수치고 있다. 2023.10.26
연합뉴스
그렇다면 국정기조의 전환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중동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한 뒤 여독을 풀 사이도 없이 박근혜씨를 만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렸고, 박근혜씨에게는 "자녀로서 그동안 겪으신 슬픔에 대하여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매년 열렸지만 이전의 현직 대통령들은 참석하지 않던 행사다. 이 행보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등을 돌리기 시작한 보수층을 되돌려세우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 행사에선 문재인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발언이 나왔다. 행사를 주최한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은 전 정부를 향해 "문재인 주사파 운동권 세력", "배은망덕의 극치", "북한 김정은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던 '자칭 남쪽 대통령' 문재인" 등의 말로 문 대통령과 전 정부를 비방했다. 대통령이 직접 말한 게 아니라 해도, 전 정부에 각을 세우는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한 꼴이 되었다.
한편으론 29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10.29 이태원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초청받은 윤 대통령이 불참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에 참석을 건의하려 했지만, 이 행사에 야당이 대거 참석한다는 점 때문에 정치집회 성격이 짙다고 보고 윤 대통령의 불참을 확정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어떤 민생 현장을 파고들지 고민했던 대통령실 직원들의 머리 속은 더 복잡해진다.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현장, 위로가 필요한 현장을 찾으라는 얘기인줄 알았는데, 대통령의 행보는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현장' '전 정부를 비난하는 현장'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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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관은 민생 현장 고민하는데, 윤 대통령은 이념 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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