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27)씨의 블로그에는 외할머니와 엄마, 아빠, 가족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곳곳에 적혀 있었다.
김지현씨 블로그
지현씨 어머니는 "억울하게 희생된 저희 딸 사연도 소개해달라"며 <오마이뉴스>에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85명의 이야기를 적은 기사에 적힌 문구 '<오마이뉴스>에 희생자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으신 분은record1029@ohmynews.com으로 연락주십시오'를 보고 용기를 냈다고 했다. 어머니와 두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지난 5일 전화통화로 빈 칸을 채웠다.
이메일에는 지현씨의 꿈, 버킷리스트, 일상, 지현씨가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 등 꾹꾹 눌러 담은 이야기가 A4 네 장에 걸쳐 가득 적혀 있었다.
어머니가 전해 준 그녀의 하루는 분주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직장을 다녔던 지현씨는 퇴근 후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 학원과 토익 학원을 다니며 미래를 준비했다.
"컴퓨터로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좀 더 일을 잘하기 위해 학원을 다녔어요. 학원에 갔다 오면 밤 10시 반이라 들어오면 자기 바빴죠. 토익도 정직원 되기 위해서 준비한 게 아닐까. 일하던 곳 계약 기간이 내년 3월까지였거든요...이번에 지현이가 쓰던 노트북을 열어보니 자소서가 한바닥이었어요. 기간제 교사도 알아보고 기상 캐스터에도 지원해보고. 힘든 내색을 안 해서 진짜 몰랐어요. 취업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었는지 고스란히 담긴 흔적을 봤을 때 무너졌어요. 왜 이렇게 처절하게 살았니 좀 여유 있게 살다가지..."
학원에 가지 않을 때는 한강에서 러닝을 했고, 마라톤에 참가했으며, 하다못해 집 근처 공원이라도 찾아다니며 몸을 움직였다. 주말에는 서울 살이를 이어가며 친구들을 만났고 카페와 미술관 나들이를 즐겨했다고 한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브이로그(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올리는 것도 그의 주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어머니는 2018년 딸이 유튜브를 시작하자 곧바로 계정을 만들었다. 영상 하나하나에 댓글을 달기 위해서다.
지현씨가 2020년 8월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지역에 내려가 수해 복구 봉사를 다녀온 뒤 올린 영상에 어머니는 "장마가 끝나고 습하고 무더운 찜통더위에 고생이 많았겠네요. 늘 응원할게요 파이팅입니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2021년 3월 올라온 '직장인 브이로그'에는 "서울생활 낯설고 익숙지 않아 어려운 점 많을 텐데 잘 적응해나가는 걸보니 너무 보기 좋아요. 항상 지지하고 응원 할게요"라고 적었다. 지난 8월 지현씨가 유튜브에 마지막으로 올린 영상에 어머니는 "친구랑 오랜만에 탁 트인 동해바다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있네요~너무 보기 좋아요~예쁘당~"이라며 응원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