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월 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MBC의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 보도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남소연
그런데 대통령실이 21일 느닷없이 출근길 간이 문답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게 그 이유다. '불미스러운 사태'란 지난 18일 열린 문답 때 윤 대통령이 "(한미) 동맹 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 MBC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했다고 말한 데 대해 MBC 출입기자가 "무엇이 악의적이었느냐"고 따져 물으면서 대통령실 비서관과 설전을 벌인 일을 가리키는 듯하다.
대통령실 설명만으로는 불미스러운 사태의 내용이 기자가 대통령에게 "무엇이 악의적인 보도냐"고 따져 물은 건지, 그 직후 기자와 비서관이 설전을 벌인 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기자의 관점에서 볼 때 둘 다 불미스러운 사태가 될 수 없다. 비서관과 기자의 설전은 각자 다른 위치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언제 어디서든 흔히 발생할 수 있다. 대통령실이 말하는 불미스러운 사태가 전자를 말한다면, 이것은 정말 매우 심각한 일이다. 대통령이 하는 말에 기자, 즉 언론이 순순히 듣기만 하고 토를 달아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야말로 소통이 아니라 불통이고, 그토록 윤 대통령이 안팎에서 강조하고 있는 '자유'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9월 뉴욕 유엔총회 방문 때 한 '비속어 발언'에 관한 MBC의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규정했다. MBC를 비롯한 많은 미디어가 비하의 대상을 '바이든'이라고 보도했고, 대통령실은 한참 뒤늦게 '날리면'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작 발언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아직도 입을 닫고 있다. 가짜뉴스라면 진짜 뉴스가 무엇인지 먼저 밝히는 게 마땅한데 그런 절차 없이 '한미동맹 이간질' '악의적' '헌법 수호 차원'이라는 섬뜩한 용어를 쓰며 계급장으로 윽박지르려고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일방적인 매도에 당사자인 MBC 출입기자가 그 근거를 묻는 것은 당연한 취재 행위다. 아니, MBC 기자가 아니고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먼저 물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사안이다. '뉴욕 발언'의 실체가 무엇인지가 지금 시민들이 가장 알고 싶은 궁금증 중의 하나기 때문이다.
용산의 의도에 휘말려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