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들이 꾸린 분향소사고 사망자가 아닌 참사 희생자분들께 애도를 표한다. 이날 조문하는 순간, 5시 18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서인희
국민의 비극을 대하는 국가의 태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트라우마 등은 현대 사회에서 익숙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트라우마는 일반적으로 정신적 외상을 뜻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다양한 외상을 겪은 후에 나타나는 불안 장애를 의미합니다.
이 참사로 전국의 시민들이 절망과 분노, 충격과 무력감에 빠졌습니다. 지난 1일, 한덕수 총리는 "유가족과 부상자는 물론, 일반 시민도 심리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 트라우마센터와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모든 시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지원이라고 봅니다.
국가가 무료로 건강검진을 하고 취약한 연령에는 무료로 예방접종을 지원하는 것처럼, 시민의 마음(정신) 건강에 대한 지원은 당위적인 과업입니다.
중요한 것은, 트라우마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충분한 이해입니다. 이 상처들은 즉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드러나기도 합니다. 심리적인 것이라, 신체적 상처처럼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처가 낫고 아무는 과정 또한 쉽게 알기 어렵습니다. 기한이나 지역, 대상을 정해두고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한국 국민은 지난 10년 사이 대형 참사를 두 번이나 목도했습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수많은 사고와 억울한 죽음도 계속됩니다. 누구도 괜찮다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희생자와 가족에 대한 적극적이고 따뜻한 지원이 가장 먼저입니다. 그에 더해 상처 입은 국민의 마음을 섬세하게 돌보는 것 또한 국가의 역할입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런 참사가 또 발생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을 철저히 해야만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가의 역할을 묻는다
'주최가 있는 행사가 아닌 자발적 모임이었기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예측할 수 없었다'와 같은, 일부 관료들의 면피를 위한 일차원적 발언은 국가의 존재 이유와 행정의 역할을 의심하게 합니다.
참사 이후, <오마이뉴스> 한 기사에서 다룬 일본 시부야의 사례만 보더라도 반복적이고 특징적인 시민의 자유로운 축제에 행정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도쿄 시부야는 핼러윈 기간 동안 100만여 명이 몰린다고 합니다. 매년 축적되는 데이터가 있다 보니, 행정은 기업과 협업하기도 하고 관련한 입법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관련 기사:
'이태원 압사 참사' 일본 반응... 정말 착잡합니다 http://omn.kr/21er4 ).
2018년에 있었던 시부야 '트럭 전복 사건' 이후에는 핼러윈을 포함한 특정 기간에 노상 음주를 금하는 내용의 조례가 제정되었습니다. 또한 실제로 통신사와의 협업을 통해 대중들의 밀집도를 분석하고, 미리 경찰 인력을 곳곳에 배치하여 1평방미터(㎡)내에 4명 이상이 있다고 판단이 되면, 이들을 분산시키거나 통제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막을 수 없었던 일도 아니었거니와, 자발적으로 모인 상황이니 책임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오히려 참사 이후 밝혀지고 있는 정부의 태도가 그저 참사를 축소하고 면피하려는 모습뿐이라는 점은, 탄식을 넘어 분노에 가닿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지금부터라도 마음은 따뜻하되 머리는 냉철하게 이 깊은 슬픔을 대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이태원 참사로 돌아가신 수많은 생명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명복을 빕니다. 부상당하신 분들이 꼼꼼하고 완전하게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가족들의 마음에 진심의 위로를 전합니다.
[관련 기사]
공권력이 외면한 참극... 사고 전, 11번 도움 요청했다 http://omn.kr/21fuw
30일 이상민 "특별히 우려할 정도 인파 아니었다" http://omn.kr/21e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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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따뜻하고 더 정갈한 사회를 꿈꾸는 엄마사람입니다. 무엇보다 어디에 있든 모든 사람이 각자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꿉니다.
그런 사회를 바라며 저는, 느리지만 분명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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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둘러싼 무례를 목격하며... 아무도 괜찮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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