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에서 해외 순방 말미를 집어삼킨 '비속어 발언' 논란에 대해 사과나 유감 표명 대신 "진상규명"을 언급하며 "사실과 다른 보도"로 규정했다. 의외의 초강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MBC를 향한 총공세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며 "야당 지목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는 사이, 언론인들이 강하게 반발에 나서 주목된다.
"오히려 (대통령실) 대외협력실에서 해당 영상을 확인해보자고 했기에 내용을 인지할 수 있었다. 영상을 확인한 대외협력실은 이를 보도되지 않게끔 '어떻게 해줄 수 없냐?'라고 요청했지만, 영상기자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 발언을 보도할지 말지는 각사가 판단하기로 했다."
26일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이 '대통령 영상기자단의 정당한 취재에 대한 왜곡을 멈추십시오'라는 제목으로 낸 입장문 중 일부다. 영상기자단은 당시 뉴욕 현장이 시끄러웠고, 취재 영상기자들도 문제의 발언을 처음엔 몰랐지만 대외협력실의 요청으로 처음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말한 '진상규명'의 실체에 가까운 현장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엠바고 해제 이전 대통령실 풀단에서는 어떤 영상도 외부로 유출하지 않았다. 엠바고를 어기고 외부로 영상을 유출한 게 현장 풀 기자단이라고 타깃 삼아 의심하고 비난하는 보도가 있는데, 잘못된 시각이다. 당시 현장은 다른 일정으로 바쁜 상황이라 해당 영상을 편집해 공유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MBC와 민주당 간의 정언유착에 대한 정면 반박이라 할 만하다. 영상기자단은 그러면서 "어떠한 왜곡과 짜깁기도 없었다"고 일축한 뒤 "정당한 취재와 보도에 대한 더 이상의 왜곡을 멈추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은 어느 쪽을 더 신뢰할까. "왜곡과 짜깁기는 없었다"고 강조하는 현장의 기자들일까, 본인이 내뱉은 말을 두고 유체이탈이나 한 듯 진상규명 운운한 대통령일까. 그도 아니면 오락가락 해명으로 유명한 대통령실과 'MBC 죽이기'에 '올인' 중인 국민의힘일까.
같은 날 언론노조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발생한 '비속어 논란' 책임을 언론에 전가하고 언론탄압을 획책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한국기자협회도 "정부와 여당은 스스로의 잘못을 덮기 위한 타개책으로 MBC와 야당의 유착 의혹 등 '음모론'으로 몰아가며 윤 대통령이 사실상 수사를 지시하고,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MBC를 고발하는 등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성명을 낸 두 단체는 이구동성 윤 대통령의 "사과"가 먼저라는 입장을 냈다.
독불장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