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하는 초등학생들의 모습.
연합뉴스
아이는 따로 돌잡이를 하지 않았다. 돌잡이 용품으로 청진기, 판사봉, 마이크 등이 있었지만 모두 치우고 명주실 딱 하나만 올려두었다. 건강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즐겁게'. 우리 부부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다. 아이 이름 '이현'의 '이'는 '즐거울'이라는 뜻이다.
아이를 3세 때부터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낸 것도 건강하고 즐겁게 클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는 한글, 영어, 수학 등 인지 교육을 하지 않으며 사교육을 지양한다. 나와 남편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학업 스트레스나 경쟁에서 벗어나 신나게 놀았으면 했다. 매일 나들이를 가며 자연과 가까이 지내고, 어린이집이라는 작은 공동체 속에서 나 혼자만이 아니라 우리를 함께 생각하며 자랄 수 있기를 바랐다.
올해 7세인 아이는 얼굴이 까맣게 타고 옷이 엉망이 되는 것도 상관없이 매일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논다. 매미 유충을 손으로 잡아 유심히 관찰하고 나도 알지 못하는 식물 이름을 줄줄 꿴다. 건강하고 즐겁게 잘 자라는 아이를 보며 뿌듯한 마음이 들다가도 '이렇게 놀기만 해도 되는 걸까' 불쑥 불안감이 올라온다.
어떤 애들은 3세부터 학습지를 한다는데, 어떤 애들은 5세부터 영어 유치원에 다닌다는데, 어떤 애들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다는데… 이러다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제때 못해주고 있는 건 아닐까 괜스레 초조해지기도 한다.
아이가 6세가 되면서부터 주변에서 '한글 공부 안 시키냐'고 묻기 시작했다. 육아 선배들은 한글 모르고 학교 가면 고생한다는 경험담을 들려줬다. 한글을 모른 채 학교에 입학했다 아이가 수업 시간에 주눅 들어서 속상해했다는 이야기, 담임 선생님에게 따로 연락이 와서 '어머님이 신경 좀 쓰셔야겠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7세까지는 인지 교육을 시키지 않겠다'는 다짐이 점점 흔들렸다. 6세 하반기에 한글 공부 책을 사놓고 차일피일 미루다 7세가 되면서부터 조금씩 아이와 함께 한글 공부를 하고 있다.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글 공부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를 모르는 아이를 보면 그렇게 답답할 수 없다. 모르는 건 그렇다 치고 공부하는 자세를 보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한글 공부 하자'고 하면 아이는 책도 펼치기 전부터 구운 오징어처럼 몸을 배배 꼰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신나게 놀던 아이가 갑자기 배 아프다 하고 졸리다 하고 언제 끝나냐고 묻는다.
아이의 1년은 성인의 1년과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