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과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장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함께 참석했다
연합뉴스
또 하나,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정치의 실종'이 이번 계기로 확인됐다고 본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장기화되자 기재부, 법무부, 행안부, 고용부, 산업부 5개 부처 장관이 모여서 합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일찍이 어떤 특정 사안 하나에, 정부 핵심 5개 부처가 모여서 담화문을 발표하는 일을 본 적이 있었던가. 내 기억엔 없다. 그러나 이번에 이들이 모여 발표한 내용을 보면, 고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 '불법 낙인'을 찍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적어도 노동부장관과 산업부장관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그 해법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닌가.
협상이 타결된 이후에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부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내용이 엇비슷했다. 법과 원칙에 기반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불법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한 것이다.
현실을 보자.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나서지 않으면 하청 구조를 바꿀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 존재하고,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5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 산업은행은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하는 국책은행이고, 공기업과도 다름없다. 따라서 이번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사태의 해결의 열쇠는 정부와 산업은행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갈등의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해법이 무엇인가' 묻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들이 온통 법과 원칙에 따라 엄벌하겠다는 얘기만 하고 있는 답답한 모양새였다. 도대체 장관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럴 거면 정부가 왜 존재하는가? 이들의 역할을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정치가 해결해야 할 시간
이제 중요한 것은 이번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엄호이다. 이번 합의서에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와 노동자 임금체계 개편 등 노사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제반 후속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가칭' 상생협력 TF팀을 구성 운영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지금의 불합리한 조선산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사가 '상생협력 TF팀'을 운영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파업이 끝났으니 이 상생협력 TF팀이 제대로 운영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이번 투쟁을 지지하고 나섰던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노동조합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합의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감시하는 것은 물론, 현실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대안 마련에 함께하고 정부와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원청이 책임 있게 나설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
이번 합의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진짜 사장' 대우조선해양과 그 위에 군림하는 '슈퍼갑' 산업은행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이제는 노동자가 아닌 정치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자 사실상 공기업이니만큼 이번 문제해결에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있음은 명백하다. 또한,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조선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당연히 산업부와 고용노동부가 나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노란봉투법' 입법에 나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