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지난 24일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했다. 그 기자회견서 박지현 위원장은 다섯 가지를 약속했다.
민주당을 팬덤정당이 아닌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는 것을 포함한 다섯 가지 약속 모두 정확한 진단을 기반으로 꼭 이행해야 할 것들이지만, 안타깝게도 민주당이 이를 지킬 것이라는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박지현 위원장의 "지방선거에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꿔나가겠습니다"는 말부터 신뢰감이 떨어진다. 박 위원장은 비상시 당의 대표인데도 민주당을 견인하지 못했는데 지방선거에서 다시 선택을 받은 뒤에 당을 탈바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박지현 위원장의 언행을 두고, "내부총질이다" "사과로는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등의 당내 비판과 논란이 크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이 반성하자고 했고,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를 했으며 성비위에 단호하자고 했고 검찰의 수사권 분리 입법에 대해서도 다른 목소리를 냈다.
잘못
박지현 위원장은 분명 잘못이 있다. 그의 잘못은 '비대위원장'이 어떤 자리인지 모르고 맡은 것이다. 비대위원장은 위기에 빠진 정당을 구해내는 역할을 하는 자리다. 평상시의 당 대표보다도 역할이 막중하고, 대중을 향해 당의 지향과 결정에 대해 전달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의사결정'으로 당의 방향타를 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비대위원장의 핵심 권한은 '의사결정권'이다.
문제는 비대위원장뿐 아니라 비대위원들 다수도 비슷한 인식이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의아했던 대목은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을 비롯해 당의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비대위원 중 누구도 자신의 정치적 진퇴를 걸고 무언가를 관철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의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채이배, 권지웅, 조응천, 이소영, 김태진 비대위원이 전체 비대위 구성원들 가운데 다수인데도, 왜 당은 이들의 목소리와는 정반대로 움직여온 것일까. 결국, 이들에겐 결정 권한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의사결정권을 획득할 수 있을까. 처음 비대위원장을 맡을 때부터 권한을 확인받았어야 했다. 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넘나들며 구원투수로 나섰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가장 잘하는 일이다. 그는 자신이 전권을 받은 것을 확인해야만 움직이고, 그 다음엔 분란을 효과적으로 제압했다. 그처럼 처음부터 권한을 분명히 하지 못했다면 비대위원장을 맡은 초반에라도 자신의 권한을 확인 했어야 했다.
만일 박 위원장이 정치개혁 과제인 기초선거 중대선거구제 확대에 자신의 정치적 진퇴를 걸었다면 지금보다 의사결정권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일 그렇게 진퇴를 걸었다가 의사결정권도 못 얻고, 해당 의제에서도 승리하지 못했어도 이제 정치를 시작한 입장에서 잃을 게 많지 않았다. 해볼만한 싸움이었다는 의미다.
비대위원장의 두 번째 역할은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메우는 것'이다. 이 역할도 그저 말로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의사결정'으로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말만으로는 국민들이 저 당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절대 하지 않는다. 그에 상응하는 의사결정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 역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잘하던 것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민심과 괴리된 당권 세력을 효과적으로 제압하는 특기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태극기부대와 싸웠고, 광주에 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에 반해 박지현 위원장은 말로만 그 괴리를 메우고 있지, 자신의 직위에 걸맞는 권한과 결정으로 그 괴리를 메우진 못하고 있다.
용기 그리고 빌드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