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2017.11.05.).
연합뉴스
흔히들 한국은 교육열이 뜨겁다고 말한다. K-교육열은 무엇인가. 소위 '인서울 명문대'를 향한 입시 레이스다. '인서울 명문대'에 가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날이 치열해지는 취업 경쟁에서 '인서울 명문대'는 기본 스펙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정규직과 같은 좋은 일자리의 수는 한정돼 있다. 그렇기에 대기업 정규직이 아니면 최소한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공무원에 청년들이 몰려든다.
그 수는 어마어마하다. 2021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청년의 1/3인 약 28만 명이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도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을 합친 채용인원은 약 3만4000명. 낙방한 24만 명가량은 다시 1년 동안 시험을 준비하거나 시험을 포기한다.
악순환은 여기서 시작된다. 청년층이 대기업 정규직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에 몇 년씩 매달리면 자산을 형성할 첫 취업 시기 역시 늦어진다. 취업이 늦어지면 자연히 결혼도 출산도 늦어진다. 그러면 0.8명대의 저출산 문제도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첫 단추인 일자리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선 다른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다.
청년의 삶을 나눠버린 '노동시장 이중구조'
K-청년의 K-취업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전문가들은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2018년 '청년고용의 현황 및 대응방안'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 청년고용 문제의 핵심은 대졸 이상 고학력 청년의 취업난이며, 중소기업 취업 기피 등 인력수급 미스매치로 인한 취업난의 비중이 높은 것에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심화로 인해 내부 노동시장과 외부 노동시장의 근로조건 격차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0년 발간한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청년 일자리'라는 제목의 보고서도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지나친 격차를 유발하고, 이는 다시 청년층의 대기업 선호와 중소기업 회피가 생애노동 측면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인 것처럼 인식되도록 만들었으며, 청년 실업과 중소기업 구인난이 병존하는 현상이 오랜 기간 지속돼 왔다. 현재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많은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러한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노동시장이 임금, 일자리 안정성 등 노동조건에서 질적 차이가 있는 두 개의 시장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1차 노동시장과 고용 안정성과 임금 등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2차 노동시장으로 구분돼 있다는 이야기. 통계청에 따르면 1차 노동시장이라 부를 수 있는 상시 노동자 수 300명 이상 기업의 정규직은 전체 노동인구의 10.8%에 불과하다. 나머지 89.2%는 2차 노동시장에 종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