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 간 부당한 합병을 지시·승인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문사인 내 입장에선 숫자를 맞추라는 식으로 받아들였다."
쟁점은 도출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보고서를 오씨가 어떤 이유로 결국 제출할 수밖에 없었는가다. 오씨는 "삼성물산 측으로부터 직접 합병비율을 맞춰라고 들은 건 없다"면서도 "그러나 '합병비율 괴리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을 때, 삼성물산 측 담당자가 '이런 건 필요 없다'며 질책하기에, 당연히 주가 수준에 부합한 보고서를 원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오씨가 '미전실과의 관계'를 걱정하는 회사 측을 신경쓸 수밖에 없었던 정황도 언급했다. 검찰은 "(삼성물산 측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후 (안진 부대표인) 정아무개를 만났는데, 보고서를 안내면 미전실과의 관계가 끝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면서 "주가수준에 맞추되, 이사회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제약사항을 달아 발행하겠다고 보고하고 작업을 계속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증인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미전실 간부진은 '특이한 보고서'가 아니라는 반박을 펼쳤다. '제약'이 달린 보고서는 다른 회사 간 합병에서도 제출된 사례가 있다는 주장이다. 미전실 측은 "검토보고서 최종본 표지에 유의 사항을 넣은 것은 특별히 추가한 내용이라고 했는데, 안진이 작성했던 (2014년 당시) 다른 회사간 합병 검토보고서에도 같은 문구가 기재돼있다"고 제시했다. 증인은 "제약사항이 많으면 그 조건을 명백히 기재했다"고 말했다.
왜 '외부 공개'를 반대했나
검찰 : "미전실과 회의하며 합병비율 보고서의 문제점을 이야기했다고 했는데 시점은 언제인가."
증인 : "2015년 6월 28일경이다."
검찰 : "어디서 만났나."
증인 : "미전실에서 만났다."
이날 공판에선 공소장에 기재되지 않은 새로운 내용도 나왔다. 합병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ISS(해외 의결권 자문사)가 2015년 7월 3일 합병 반대 권고를 하기 직전, 오씨가 미전실 관계자와 만나 합병비율 보고서의 문제점을 전달했다는 증언이었다. 반대 권고 직후인 7월 4일에도 삼성물산 측에서 긴급 회의를 요청해 그 자리에서도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고 했다.
검찰은 "수차례 안진이 문제 사항을 미전실과 삼성물산 측에 설명했고, 안진 내부에도 말했는데 왜 (삼성 측은) 보고서 자체를 외부로 제출하려 한 거냐"고 물었고 증인은 "모르겠다"면서도 "우리 법인의 이름을 이용하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검찰은 또한 해당 보고서가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전달되고, 증인으로 하여금 주주총회에 참석토록 한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국민연금에도 이 보고서를 주고, 주주들에게 안진 평가팀을 내세워 (합병비율 검토 사실을) 설명하게 했다면 큰 문제가 아니냐"고 물었다. 증인은 멋쩍게 웃기만 했다.
미전실 측은 증인이 2015년 7월 12일 당시 동료와 나눈 메일을 제시했다. 주주총회 참석 사실을 통보 받은 직후의 시점이다. 미전실 측은 "이 메일에서 증인은 삼성물산도 (보고서의 한계를) 이미 다 아는데, 미전실은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고 증인은 "그때는 제가 (미전실에 전달한 사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합병비율 적정성 여부에 대한 안진 출신 회계사들의 증언은 3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후 공판에선 삼성증권, 삼성물산 등 합병팀과 함께 소통하며 깊숙이 업무에 관여한 안진 측 실무진이 차례로 증언대에 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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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복구에 2년 썼다" 삼성 재판 증인의 작심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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