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서 나와 사무실 향하는 김건희 씨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화 연결... 원망과 자신감
분명 원망이 섞인 첫 마디였지만 화가 나서 따져 묻는 심각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기자가 "기자의 숙명이죠"라고 답했더니 김씨는 "그니까요, 얘기하면 오해도 풀고 그럴텐데..."라며 "그쪽 입장도 있으니까 다 이해하는데 억울한 게 너무 많아요"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억울한 게 많아요. 너무 나쁘게 보지 마세요. 세상에 악마는 없잖아요. 선입견 갖지 마세요. 오해 풀어줄 자신 있어요."
억울함에 대한 호소가 이어지는 중에 기자가 "오늘 질문해야 할 게 있는데..."라며 중간에 말을 끊었다. 그러자 "다른 질문하지 마세요. 대답 안할 거고"라고 응수했다.
하지만 어렵게 통화에 성공했는데 기자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어서 우선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공개행보 시기'와 '쥴리 의혹'이었다. 당시 김씨가 언제 공개행보에 나설 것인가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였고, 안해욱 전 회장의 실명 증언으로 다시 부각된 '쥴리 의혹'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지가 일반국민의 뜨거운 관심사였다. 각각의 질문에 대한 김씨의 1차 답변은 이랬다.
"언제 나가야 하는지 코치 좀 해주세요. 나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피해가 갈까 봐, (사람들이 저를) '쥴리'라고 오해하고 있는데 나가야 하는지,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진짜 간절하게 살아온 사람이에요. 쉽게 안 살았어요. 저는 '쥴리'를 한 적이 없어요. (나이트클럽에) 웨이터가 얼마나 많아요. 제대로 취재해주세요. (그러면) '쥴리'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질 거예요. 안했기 때문이에요. 100% 밝혀질 겁니다. 지금은 투명한 세상이에요. (제가) '쥴리'라면 다 삐져(공개돼) 나와요."
김씨는 '경력 부풀리기 논란'이나 '쥴리 의혹' 등으로 인해 자신의 공개행보가 가져올 부정적인 측면을 우려했고, '쥴리 의혹'은 거듭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기자에게 "언제 등판할지 알려줘요, 자신 있으니까 그래요"라고 말하는 등 공개행보 자체에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 연장선상에서 자신의 공개행보 방식이 어떨지를 암시하기도 했다.
"등판이 언제 좋을지,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 문자줘요. 가식적으로 남편 따라 다니는 것은 싫어요. 봉사하고 싶어요. 지금도 (봉사를) 많이 하고 있지만 그런 것을 내세우기는 싫어요. (저는 그런 것과는) 반대 성격이에요. 누구한테 보여주기보다 실천해요. 후보자 부인이 되어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싫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줘요."
특히 공개행보를 할 때 던질 메시지도 내놓았다. 김씨는 "새시대에는 진영 싸움을 안했으면 좋겠어요"라며 "이제 진영을 깨야 해요, 미래에는 진영이 없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정도의 발언이라면 김씨의 공개행보가 임박했다고 기자는 판단했다.
'오빠'와 '청와대 식사 대접' 발언의 진실
김씨와의 첫 통화는 지난 14일과 15일 두 건의 단독기사로 보도됐다(관련기사 :
김건희 "내가 쥴리 아니란 것 증명하겠다" http://omn.kr/1wezh /
김건희 "언제 등판해야 할지 알려달라, 자신 있으니까" http://omn.kr/1wfcg). 기자는 통화 내용 중 '쥴리 의혹'과 '공개행보 여부' 등 국민들의 관심사에 한해서만 기사를 썼다. 하지만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통해 '오빠'와 '청와대 식사대접' 발언이 알려지면서 기자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일부에선 기자를 '건희 오빠'라고까지 부르고, '김건희가 벌써 대선에서 승리한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14일 첫 보도가 나간 직후 김의겸 의원한테서 전화가 왔다. 김씨와의 통화 내용을 묻는 전화였다. 김 의원 기자 시절부터 알고 지낸 분이어서 이미 보도된 내용(14일)과 다음날(15일) 보도할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통화 중에 인상 깊었던 '두 가지 일화'를 들려줬다. 그것이 '오빠'와 '청와대 식사대접' 발언이다. 김 의원은 다음날(15일) TBS의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기자가 들려준 두 가지 일화를 이렇게 전했다.
"오마이뉴스의 경우 (김건희씨가) 기자한테 오히려 물어봤다고 한다. '몇 년생이냐' 그래서 '70년생이다'라고 그러니까 '그러면 오빠네요. 여동생처럼 대해 주세요'라고 했다. (김씨는) 오마이뉴스 기자하고 '제가 청와대 들어가면 가장 먼저 초대해서 식사 대접해 드릴게요'라고 통화했다."
먼저 '오빠' 발언과 관련, 통화 후반부에 김씨가 갑자가 "몇 년 생이에요?"라고 물어서 기자가 "70년생이에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김씨가 "그럼 오빠네요, 여동생 같이 생각하시고"라고 했다. 1972년생인 김씨가 기자보다 두 살 어리니까 여동생처럼 편하게 대해 달라는 뜻이었다. 다만 요즘에는 가족이나 친인척, 연인 사이가 아니면 '오빠'라는 호칭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김씨가 첫 통화에서 기자에게 "그럼 오빠네요, 여동생 같이 생각하시고"라고 말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평소에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에게 '오빠'라는 호칭을 익숙하게 썼던 습관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
또 김의겸 의원이 전한 '청와대 식사대접' 발언을 두고는 대선이 끝나지도 않은 시기에 마치 청와대에 들어갈 것처럼 행세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청와대'를 먼저 언급한 쪽은 기자였다. 통화중에 김씨가 "이슈가 끝나면 개인적으로 얘기 나누고 싶어요"라고 했고, 이에 기자가 "청와대 들어가시면 만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대선 전에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얘기를 이렇게 표현한 것인데, 김씨가 이렇게 응수했다.
"(청와대에) 가면은 제일 먼저 만나고 싶은데... 저는 남자다워요. 가식적인 거 되게 싫어해요. (대선에서) 잘되면 기자님 모시고 식사 대접할게요. (그러니까 제) 얘기 한번 들어주세요."
기자가 "언제든지 (만나 얘기를 들어줄) 준비가 돼 있어요"라고 하자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대선에서) 잘되면 구 기자님 한번 모시고 싶어요. 나랑 같이 (얘기하면) 이해할 거예요. 욕만 하지 마시고. (저를) 잘 모르잖아요. (욕을 하더라도) 조금 저를 알고 하세요."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 '오빠'와 '청와대 식사 대접' 발언이 나왔던 사정은 이랬다. 사적인 발언이어서 김의겸 의원에게도 "보도할 수 없는 것이고, 우리도 보도하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이러한 발언을 방송에서 전하고, 수많은 매체들이 이것을 인용보도하면서 기자도 김씨도 곤란해졌다. 결국 김 의원은 두 차례나 기자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기자도 김씨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윤석열과 김건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