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 SNS 알고리즘의 위험성에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소셜 딜레마>의 화면 중 일부를 캡처.
넷플릭스
전(前) 구글 디자인 윤리학자이자, 현(現) '휴먼 테크놀로지 센터(Center for Human Technology)'의 창립자인 트리스탄 해리스(Tristan Harris)는 SNS의 위험성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소셜 딜레마>에서 모든 SNS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편리성이 아니라 중독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깊든 얕든 어느 정도는 중독되어 있다. 자기 전에 유튜브를 보다가 원래 자려고 했던 시간보다 훨씬 늦게 잔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는 결코 단순히 그 사람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쉽사리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게끔 서비스 설계자들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을 안다고 해도 중독에 빠지지 않기란 어렵다. 실제로 페이스북, 구글 등의 거대 SNS 기업들이 모여 있는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근무하는 IT 전문가들은 자녀가 SNS를 쓰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 자신들조차 쉽사리 중독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한다고 말한다.
진실의 시대가 아니라 믿음의 시대
중독보다도 심각한 것은 바로 SNS의 알고리즘이 우리를 편협한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습성이 있다. 심리학에선 이걸 두고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말이다.
SNS의 알고리즘은 인류가 개발한 그 어떤 도구보다도 인간의 확증편향을 강화한다. SNS 기업들은 사용자들이 최대한 오래 접속해 있을수록 광고를 많이 보게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돈을 번다. 따라서 사용자들이 최대한 중독되도록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들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화수분처럼 계속 추천해 주는 것이다.
사실 알고리즘이 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은 대단히 순진한 착각에 불과하다. 알고리즘이 편리한 도구라고 여겨지게 하기 위해서 설계자들은 인간의 확증편향을 이용한다. 어떻게 보면 알고리즘은(정확하게는 알고리즘의 설계자들은) 우리의 비서가 아니라 보스인 셈이다. 자유의지를 가지고 정보를 직접 고르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알고 보면 우린 알고리즘이 보라고 주는 정보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도 편식하면 건강이 나빠지듯, 정보도 편식하면 건전한 가치관을 가질 수 없다.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정보만 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하는 정보만 보고,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유튜버만을 구독하게 된다.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정보 습득 경로의 주된 원천이 SNS가 되어버린 요즘 세상에서 사람들이 이념적인 위치가 다르면 거부하며, 자신의 확증편향을 도와줄 만한 유튜브 등을 믿거나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출처 : 한겨레 기사
'가짜뉴스의 근본 원인과 민주주의의 어두운 미래'에서).
유튜브, 주도적이고 의식적인 사용이 필요
알고리즘의 늪에 빠져 스마트폰에 중독되고, 편협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SNS 기업의 윤리적인 책임의식과 더불어 개인의 현명한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알고리즘의 편리성에 의존하지 않고 늘 필요한 정보를 직접 검색해서 찾아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도 구독/팔로우 하라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곧바로 실천에 옮겨본다. 시간 보내기에 가장 좋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의 추천 콘텐츠를 보지 않으려고 애쓴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내가 직접 찾는다. 나와 의견이 다른 유튜버의 영상을 접해도 열린 마음으로 들어본다.
쉽지 않다. 직접 검색하는 것은 귀찮고,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는 여전히 '내가 옳다'라고 외치고 싶다. 그럼에도 이런 노력들은 유의미하다고 믿는다. 이렇게 할 때에만 비로소 알고리즘은 우리의 주인이 아니라 도구가 될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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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화랑 단남의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으로의 여정을 기록합니다. 이따금씩 글을 쓰고 상담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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