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묘와 함께 출근 고양이가 뛰어올라 키보드 위에 넙죽 드러누우면 이것이 나의 출근 완료다.
황승희
제일 좋은 건 나의 반려묘들과 함께라는 것이다. 책상 위에 고양이가 주렁주렁 풍년이다. 출근만 하면 눈에 밟히던 고양이들을 눈앞에서 만져가면서 일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환장하게 좋은 거다.
기계식 키보드의 스프링 감각을 좋아하는 건지 내 일을 방해하려는 건지 아무튼 우리 고양이 '나뷔'는 내가 자판에 손을 올리자마자 자판 위를 걸어 다닌다. 모니터에는 아직 인류가 미처 해독 못한 '나뷔어'가 기록되고 있다. 충분히 쓰다듬어 주면 고양이는 만족한 얼굴로 자판 연습을 마치고 이제는 ESC 키를 베고 눕는다. 그래서 공갈 키보드 하나를 놓아주었다.
잠옷 차림으로 일해도 눈치 볼 일 없고 노동요를 실컷 듣고 가끔 불러도 뭐라 할 상사도 없다. 여기저기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일의 집중도도 높다. 길어지는 회의 시간에 속으로 한숨 지을 일도 없다.
다시 일하게 된다면 반드시 주 4일 근무제 회사이거나 재택이 가능한 회사, 그 이하로 타협할 수는 없다며 마음만 먹은 채로 퇴사했다. 일단 살고 봐야 했고 세상 늘어지게 쉬고 싶었다. "도전할 수 있는 모든 게으름과 자유에 도전할 것이며 마침내 그 끝을 맛보리라. 일이 년 놀면서 찾아보면 뭐든 못 찾겠어?" 불안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협력업체에서 연락이 온 것이었다.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일이 몰릴 때는 밥도 컴퓨터 앞에서 먹어야 할 정도지만 일이 없을 때는 그냥 몇 달을 논다. 그럴 땐 반 백수랑 동의어이다. 직장 생활 할 때보다 일도 수입도 적은 건 내가 너무 바라는 바이다. 최소한의 벌이만을 위해 노동하고 싶다. 그래서 물욕과 함께 할 수가 없다. 자유와 검소는 어울리지 않지만 동거해야 한다.
회사 밖은 지옥, 아닐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