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두근두근> 표지주인공 브레드 씨처럼 쟁반을 걷어 내고 세상과 마주하려 합니다.
장순심
참여한 강의에서 그림책을 만났다. 이석구의 <두근두근>에는 수줍고 부끄럼 많은 주인공 브레드씨가 나온다. 그의 성격은 나와 닮아 있다. 남들이 다가오는 것도 남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힘들다.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그는 좋아하는 빵 만들기도 아무도 다니지 않는 밤에 혼자 몰래 만든다. 처음엔 문 두드리는 소리에도 깜짝 놀라던 소심한 브레드씨가 변해가는 과정은 놀랍다.
책의 후반부에 보면, 이제 브레드씨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다. 나를 감추던 쟁반을 걷어내니 상대방이 보인다. 그들을 마주하고 살피고 챙기고 각각 필요한 빵을 만들어 주며 소통한다. 쟁반으로 얼굴을 감추기 급급하던 브레드씨의 치유 역시 정면 승부 같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은 역시 진리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숨기에 급급했던 브레드씨가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연 것처럼 나도 변하고 싶다. 나의 두근거림의 정체를 찾고, 두려움, 낯섦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마음속까지 꿰뚫어 볼 것 같은 세상을 향해 나도 천천히 조금씩 소통의 단계로 나가는 중인 것 같다. 쟁반으로 가리기에 급급하던 내가 스스로 쟁반을 걷어내는 중이다.
<페스트>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말이 나온다.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성실성이 대체 뭐지요?"
"일반적인 면에서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로 말하면, 그것은 자기가 맡은 직분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내게 다가온 상실을 꾸준함으로 대처한 것은 아닐까. 상실이라고 느낀 감정들이 나의 성실함을 이끌어내도록 해준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삶이 바뀌고 관점도 바뀌고 세상에 나를 드러내는 방법이 바뀐다. '좋은 게 좋다'거나 '둥글게 둥글게'의 방식은 사양한다. 솔직함을 나의 무기로 장착하고 세상에 발을 뻗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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