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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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에 오른 지 10년 정도 되니 날마다 산이 나를 부른다. 그 부름에 응하면 오감으로 다가오는 수많은 친구들을 만난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본다. 맑게 개인 날은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저 멀리 광교산 자락을 보며 오늘의 미세먼지를 가늠한다. 스카이라인이 분명하면 마음까지 깨끗해진다. 산길의 걸음마다 스며드는 평안함, 때마다 달라지는 산내음, 각양각색 새들의 지저귐. 잠시 속세를 떠나온 듯도 하다.
오르락내리락 어디쯤에 무엇이 있는지,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떤 모습인지 눈에 선하다. 그들도 나의 모습을 속속들이 알고 있겠지. 하지만 자연은 나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나를 이러쿵 저러쿵 평가하지도 않는다. 있는 모습 그대로 나를 맞이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자연 속에서 평화롭다. 외로움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나는 바람에 살랑거리는 초록의 나뭇잎을 사랑한다. 바람이 부는 대로 동서로 남북으로 흔들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삶의 지혜를 얻는다. 흔들리면서 사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삶의 불안과 집착에서 벗어나는 순간이다. 이때 훅 글감이 찾아온다. 뭐가 뭔지 모르게 얽혀 있던 생각도 제자리를 찾는다. 이것도 고독한 산행을 즐기는 이유 중의 하나다.
농장에서 노동의 기쁨에 외로울 틈이 없다
나의 옆지기도 모양은 다르지만 자연을 가까이 하며 외로움을 극복하고 있다. 그는 올 봄부터 본격적으로 친구의 농장에서 농작물을 가꾸고 있다. 4월 중순 경 여러가지 씨앗을 뿌렸다. 상추, 청경채, 강남콩, 땅콩, 비트, 옥수수, 고수, 당근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