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를 위한 재활을 멈춘 후에도 꾸준한 걷기운동은 멈추지 않았다.
양형석
퇴원 후에도 '완치'를 위한 나의 노력은 계속 이어졌다. 3개월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던 재활병원에 일주일에 3회씩 통원치료를 다니며 재활치료를 이어갔고 중풍치료에 권위가 있다는 한의원을 찾아가 한방치료를 병행했다.
한의원에서는 내 증상을 확인하더니 개당 2만 원이나 하는 한약을 권유했는데 나는 큰 의심 없이 고가의 한약을 매일 1년 동안 복용했다. 약값만 700만 원을 상회했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경과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물론 발병 초기, 또는 수술 직후와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상태가 나아지긴 했지만 내가 기대했던 수준, 즉 양팔과 다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그렇게 다시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나는 2012년 4월 26일 그동안 재활을 위한 노력이 좌절되는 일을 경험했다(이 날짜를 기억하는 이유는 이날 영화 <어벤저스>가 개봉해 저녁에 예매를 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날 동네 편의점을 다녀오는 길에 갑자기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경련과 마비 증세에 시달렸다. 이미 한 차례 같은 경험을 했던 나는 곧바로 119에 전화를 걸어 수술을 받은 병원으로 '셀프 입원'을 했다.
주치의와 면담을 하며 3년의 재활 과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환자분이 너무 무리하신 거 같습니다. '완치'를 기대하지 마시고 적절한 휴식과 재활운동을 병행하시면서 천천히 일상으로 복귀하세요"라는 냉정한 조언이었다.
의사의 충고를 무시한 채 나을 수 있을 거라는 혼자만의 근거 없는 '뇌피셜' 하나만 믿고 3년 동안 무리한 재활을 강행했던 것이다. 다행히 재입원 후 검사 결과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퇴원 후 9년 동안 3번째 입원도 없었다.
하지만 발병 후 3년 동안 악착같이 시도했던 나의 '완치'를 위한 재활 노력은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지금이야 당연히 정신을 차렸지만 완치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다시 들었을 땐 늦은 나이에 꽤 긴 방황을 하기도 했다.
여전히 편마비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의 나는 '한쪽 팔과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시간에도 꾸준한 식단조절과 운동을 통해 '완치'가 아닌 '생존'을 위한 재활을 이어가고 있다. 생존을 위한 지금의 재활마저 멈추면 나는 그나마 되찾은 건강도 다시 잃을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조금은 쓸쓸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혼자만의 외로운 투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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