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법 들어서는 가토 다쓰야2015년 3월,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産經)신문 서울지국장 공판 참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당시 법원의 풍경은 기이했다. 재판장 이동근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불편함을 호소하는데도 착석을 허용하지 않았다. 판결 이유를 말할 때는 법리를 설명하면서도 보도 자체가 허위인 점을 강조하고, 정윤회씨 실명 거론을 "경솔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피고인 시각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 많을 것"이란 말도 했다. 재판장은 피고인을 다그치고 있었다.
법원 스스로 망친 '재판의 독립'...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2018년에야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사법농단' 문건 등에 따르면, 임성근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판결에 '해당 보도가 허위'라는 내용을 담으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이 일이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이지만 "형사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했다(관련 기사 :
"위헌이지만 무죄" 후배 법관에 90도 숙인 선배 '피고인' 법관).
'법관은 존중되어야 하고, 사법부는 독립되어야 한다.' 이 말은 법관이, 사법부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데 판사가 헌법을 어겼는데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는 했다. 하지만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이 제대로 징계를 받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법관 5명이 낸 징계 취소소송조차도 2년이 다 되도록 결론이 없다. 임성근 판사와 또 다른 사법농단 연루자, 이민걸 판사의 재연임 포기 소식만 들렸을 뿐이다.
얼마 전 한 법조인 출신 민주당 의원은 "법원이 더 문제"라고 했다. 그는 "사법권 독립이라는 이유만으로 누구도 비판하지 않고, 비판하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판사의 독립성' 얘기를 한다"며 "만리장성 안에 들어가 있다"고 빗댔다. 이어 "법원개혁은 할 일이 쌓여 있는데 하나도 못 건드리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더 건드리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사실 국회는 이미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다. 2018년 '반짝' 주목을 받았던 법원개혁은 검찰개혁에 묻히고, 시간에 지워졌다. 그 사이 여권은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숫자의 어려움' 탓에 복잡한 셈법을 궁리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21대 국회 출범 반년이 넘도록 법원개혁 이야기는 없다. 헌법을 어긴 판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보다 못한 세월호 유족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23일 국회 분수대 앞에 선 '준형이 아빠' 장훈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도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참사나 사건의 맨 마지막, 처벌의 종결은 판사가 한다"며 "판사의 결정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기 때문에 법관 탄핵을 얘기한다"고 했다. 그는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를 대표해 "국회는 임성근·이동근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에 즉각 나서라"고 말했다.
판사 시절 사법농단을 고발한 이탄희 민주당 의원도 함께 해 "재판이 신성한 것이지, 판사의 신분 자체가 신성한 것은 아니다. 재판의 독립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 법관 개개인이 신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성근·이동근 판사는 재판의 독립을 망친 사람들로, 더 이상 헌법이 보호하는 판사라고 할 수 없다"며 "당연히 국회가 우리의 의무인 탄핵소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관 탄핵, 지금이 마지막 기회"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