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립PD협회 대외협력위원장인 김영미 PD의 해외촬영 모습. 독립PD는 1년 중 3분의 1을 해외촬영으로 보낸다.
김영미
"딱 IMF 같아요. 그때 PD들 사이에서 성인물 찍으러 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왔는데 지금이 딱 그래요. 2008년 금융위기 때 경기는 안 좋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제작비가 줄어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방송은 나가야 하니까요. 방송국은 버텼어요. 하지만 지금은 방송국도 휘청거리는 거 같아요."
27년 차 최아무개 독립 PD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며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떠올렸다. 조연출 시절, 성인물을 찍어야 하나 고민했던 때다. 6개월여 보험 텔레마케팅을 위해 자료를 정리하는 일을 했던 시절로부터 23년이 지났다. 교양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차곡차곡 경험을 쌓았던 그가 2020년 다시 PD로 계속 살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그의 삶에 직격탄을 날렸다. 해외 촬영의 길이 막혔고 방송국의 프로그램 제작·편성 시기가 늦춰졌다. 제작이 밀리니 당연히 일거리가 떨어졌다. 그를 포함해 지상파 방송국의 각종 정보프로그램과 해외 다큐멘터리를 촬영했던 PD들의 활동무대가 사라진 셈이다.
국내 촬영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적게는 5명, 많으면 수십 명의 스태프가 함께 촬영해야 하는 현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능하다. 일거리가 없어도 일거리가 있어도 독립 PD들이 코로나19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은 요원하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6개월 넘게 확산 속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 코로나19와 대치하고 있지만 백신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최소한의 방패막이인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2월에 한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공모에 당선됐어요. 전체 촬영의 80%를 유럽에서 해야 했어요. 출국 4일 전, 유럽이 폐쇄됐어요."
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최 PD는 목소리를 높이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해외 촬영이 필요한 다큐멘터리를 언제쯤 완성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방송국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6월까지 마쳐야 했던 촬영을 연말로 미뤘다. 하지만 연말이라고 딱히 상황이 나아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 다음 달이면 가능할까, 또 한 달이 지나면 나아질까 기다리다 이미 6개월이 흘렀다.
정부는 유럽에서 코로나19가 대량 확산한 지난 4월 13일부터 유럽지역 29개국과의 비자면제협정을 잠정 중단했다. 이에 각 국가들은 '상호주의'를 내세워 우리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일단 해외 입국도 쉽지 않지만 해외 입국을 한다고 해도 문제에요.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 수가 없으니까요. 우리나라보다 방역이 허술한 해외에 가서 촬영했다가 코로나19 확진이라도 되면 누가 책임지겠어요? 게다가 촬영이라는 게 해외의 지역 소도시를 다닐 때가 많으니 방역이 덜 되어있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방송국은 (코로나19에) 책임질 수 없다고 한 상태에요."
최 PD는 "결국 무기한 촬영이 연기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당장 이번 달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