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보이스 유럽이 아시안 혐오범죄를 전담하는 핫라인 설치를 요구하는 청원운동을 벌이는 모습.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가 심화시킨 아시안 인종차별로 유럽지역 아시안 커뮤니티에도 고민이 깊어진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한인사회도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유럽거주 아시안계의 인권옹호단체 '아시안 보이스 유럽(Asian Voices Europe)'은 3월 한 달간 진행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 언어-물리적 폭력 등 총 298건의 사례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5월 14일부터 아시안 혐오범죄를 전담하는 핫라인 설치를 요구하며 온라인 청원운동을 벌였고 서명자 수가 1400명을 돌파했다(
청원사이트 바로가기). 이 단체가 공식 페북페이지를 통해 청원대상인 독일 연방반차별기구와의 면담 결과를 밝힌 바에 의하면, 연방반차별기구는 핫라인 설치 요구에 대해서 취지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설치를 결정할 행정적 권한이 부재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연방반차별기구가 활동의 법적 근거로 삼는 독일의 '일반평등대우법(Equal Treatment Act)'은 직장에서의 인종차별은 물론 식당, 상점, 은행 등을 포함하는 소매업과 서비스업종에서의 인종차별 이슈를 다룬다. 하지만 길거리에서의 인종차별 등은 이 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기관은 위에 해당하는 사례에 관해 피해자에게 법률상담을 지원해오고 있지만, 심리상담 등 기타 지원은 다른 관련 단체로 안내해주고 있다.
아시안 보이스 유럽은 독일 연방정부산하 '이주, 난민 통합위원회', EU의 '평등위원회', 경찰 '다양성 담당국' 등과 소통하며 아시안 커뮤니티에서 토론을 통해 만들 예정인 구체적인 경찰 가이드라인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베를린에 기반한 성폭력 피해자 지원 비영리단체 '미투 아시안즈(Metoo Asians e.V.)' 및 아시안의 존엄을 뜻하는 '디그너티 포 아시안(Dignity For Asians)' 등 인권단체들과 연대하는 가운데, 녹색당이 주최한 반인종차별 웹 세미나에도 참여해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에 목소리를 높여왔고, 향후 이 주제와 관련한 체계적인 웹사이트 구축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미투아시안즈는 성폭력과 인종차별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판단 아래 지난 5월부터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인종차별이 바이러스다 (Rassismus ist ein Virus)"를 벌여오고 있다. 지난 4월 발생한 베를린 한인 유학생부부 인종차별 사건을 계기로 시작한 이 캠페인은 아시아인 인종차별에 대한 베를린 시당국의 책임있는 성명 발표와 향후 사건 발생에 대비한 경찰의 대응 매뉴얼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7월까지 진행할 예정이고 인종차별문제에 관심있는 이라면 누구나 그룹 참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독일정부는 지난해 10월 반유태주의 성격의 할레(Halle) 시나고그 공격사건과 올해 2월 하나우(Hanau)에서 반아랍 및 반이민 성향의 공격으로 연달아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함에 따라, 대책 중 하나로 메르켈 총리가 주재하는 통합 정상회의를 구성하고, 올 5월 20일 첫 회의를 열었다. '우익 극단주의 및 인종주의 대응 내각위원회'라고도 불리는 이 회의는 현 내각의 장관들로 구성되었으며 내년 3월말까지 구체적인 대응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정책에 아시안계의 목소리를 담아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독일 정계에서는 아직 코로나 시국에 벌어진 자국내 아시안 인종차별에 대해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인종차별에 침묵하는 정계... 학계의 반인종차별 성명은 관심 못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