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의 단계적인 이동제한(lockdown) 완화조치가 시행되면서, 버스와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 운행도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따라 운행되고 있다. 영국정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가급적 마스크 착용을 권고(advised)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오는 15일부터 뒤늦게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적용할 계획이다.
김종철
록다운 조치 이후에도 영국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우왕좌왕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마스크 착용이다. 이미 다른 유럽국가뿐 아니라 스코틀랜드에서조차 마스크 착용에 적극 나섰지만, 잉글랜드는 그렇지 않았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논리였다. 스코틀랜드는 영국 내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적다. 결국 잉글랜드는 뒤늦게 오는 15일부터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에 대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이나 대형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마스크 착용은 여전히 권고사항이다. 지난 1일부터 개학에 들어간 유치원과 초등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 선생님이나 학생들조차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는다. 코로나19에 대한 영국 학교 방역에 의구심을 품은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등교를 아예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현 정부의 최고실세인 도미니크 커밍스 총리 수석보좌관의 록다운 스캔들이 터지면서, 국민들의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졌다. 커밍스 보좌관은 존슨 총리의 2인자로, 코로나19 정책을 총괄하며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하지만 커밍스 가족이 록다운 기간 동안 정부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영국 북부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주변 여행까지 다닌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커밍스 보좌관 해임을 촉구하는 여론이 급등하고, 집권 보수당 내부에서조차 존슨 총리의 결단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커밍스 보좌관은 영국민에게 한 마디 사과도 없이 변명으로 일관했다. 존슨 총리 역시 '큰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국민 여론은 더욱 싸늘해졌다.
이같은 분위기는 총리의 지지율에 그대로 드러났다. <가디언>의 일요판 신문인 <옵저버>가 지난 5월 28일부터 29일까지 영국 성인 2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존슨 총리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37%(반대는 42%)를 기록했다. 올해 초 60%에 육박 했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 집권 보수당 지지율 역시 43%로 존슨 총리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키어 스타머(Kier Starmer) 영국 노동당 대표는 최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코로나 위기 대응이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 붕괴를 가져왔다"라면서 "섣부른 정책으로 국민들은 극심한 혼란과 어려움에 처해 있다"라고 진단했다.
영국은 이제 10주 동안 잠가놨던 생활 속의 빗장을 열고 있다. 지난 4월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곡선이 꼭짓점을 찍고 완만히 내려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하루에 수백 명씩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사망자도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미 5만여 명의 생명이 운명을 달리했고, 3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아직도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정부 정책과 내각에 대한 불신, 다시 불거지는 인종과 계층간 갈등... 영국의 코로나 봉쇄 10주가 남긴 성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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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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