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모습.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회의의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법안의 '선입선출(先入先出, 먼저 들어온 것을 먼저 처리) 제도'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의역 김군이 사망하고 이슈가 커지면서 법안들이 쏟아졌고, 당장 논의가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후 대형 버스 운전 기사들의 과노동 사고가 이어지면서 촉발된 근로시간 단축 문제, 정치적 갈등이 컸던 최저임금·탄력근로제 등으로 관심이 옮아가면서 서서히 법안 심사 순서에서 밀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국회의 법안 심사 구조로는 이렇게 한 번 잊혀지고 안건 순서에서 밀려 내려가버리면 언제 다시 그 법안이 올라와 논의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면서 "선입선출 논의를 시스템화해 법안 처리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현재로선 여야 간사들이 자의적으로 원하는 법안, 정부가 급하다고 하는 법안들 위주로 뒤죽박죽 먼저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예측 가능성과 효율성이 모두 떨어진다"라며 "법안들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만큼 법안 처리 순서를 보다 확실히 제도화해 언제 논의가 이뤄질지 미리 알고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는 법안 소위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법안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법안 소위는 국회 회의록에 남아 며칠 후에 공개는 되지만 정작 회의 현장은 비공개라 '밀실 합의'가 이루어진다는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177석 슈퍼여당이 된 민주당도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며 일단 선입선출 제도 정립에 나서는 모습이다. 조승래 원내선임부대표는 "법안 처리나 의사일정 순서마저 정파 다툼과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현 구조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그럴수록 의원들 입장에선 행정부 관료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서 "법안 선입선출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장 선거에 나섰던 김진표 의원(5선·경기 수원무)은 "단 한 명의 반대자나 이해관계자 때문에 해당 법안이 소위에서 사실상 사장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라며 "속기록으로 남는 모든 국회 회의는 반드시 공개 원칙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승래 선임부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국회법엔 이미 법안이 제출된 순서대로 논의를 하게 돼있지만, '여야간 합의'란 명목으로 법안 순서를 엉클어온 것이 사실"이라며 "선입선출 제도의 핵심은 그런 관행을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의역 사고 같은 큰 이슈도 시간이 지나고 잊혀졌다고 해서 언제 다시 논의될 지 모른다는 상황을 더 이상 이어갈 순 없지 않냐"고도 했다.
그는 선입선출 뿐 아니라 법안 소위 정례화와 소위원회 개수 증대도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선임부대표는 "월 2회 법안 소위를 개회한다는 규정 또한 역시 이미 국회법에 들어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선입선출과 법안 소위 정례화가 함께 지켜져야만 일하는 국회가 가능한 만큼, 두 사안을 모두 강제 규정화하거나 페널티 규정을 넣는 방식으로 국회법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 선임부대표는 또 "법안을 논의하는 속도가 법안이 쌓이는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며 "상임위 별 법안 소위를 하나 이상씩 더 추가하는 게 맞다"고도 진단했다.
한정애 민주당 '일하는 국회' 추진단장도 통화에서 "선입선출로 법안을 논의하자는 건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라며 "또 다른 꼼수를 방지하기 위해 추후 국회법에 해당 내용을 적절히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단장은 "상시 국회를 만들고 그 위에 선입선출 제도를 정착시켜 국회 고유의 기능인 법안 논의를 집중 강화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21대 국회는 좀 달라질까. 어쨌든 4년 전 민주당이 냈던 구의역 패키지 법안 6개는 이날 총 1만 5002건의 법안들과 함께 폐기 처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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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김군' 막겠다는 그 법안들은 왜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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