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 당선자의 팔목에는 '문재인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이희훈
- '품격 있는 정치'를 약속했다. 마침 민주당이 준비 중인 '일하는 국회'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품격 있는 정치, 정책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개혁 입법 중 가장 시급한 건 민생 개혁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회복에 올인해야 한다. 3차 추가경정예산안 등 추경을 몇 번 해서라도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일하는 국회를 위해선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는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 면책 특권의 예외 조항도 필요하다. 면책 뒤에 숨어 허위 사실로 정치적 공격을 하는 것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 망동을 하는 국회의원의 경우 국민 소환제나 윤리위 차원의 처벌을 강화해 단호하게 처분해야 한다."
- 국민과 권한을 나누는 일이다.
"입법 발의제도 필요하다. 국민도 일정 정도의 개헌을 발의할 수 있도록, 국민에게 입법권을 돌려주는 문제를 검토해봐야 한다. 그뿐 아니라, 21대 총선 과정에서 발생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한 위성정당 문제도 손봐야 한다.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의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 선거법은 어떤 방식으로 조정해야 할까?
"위성정당을 못 만들게 해야겠지. 헌법 정신은 정당 정치이다. 하나의 정당으로서 비례대표 또한 동시에 평가받도록 해야 한다. 일만 잘한다면야 국민이 인구변화와, 남북 평화시대에 대비한 국회 시스템을 허용해주지 않겠나. 의원 정수든 뭐든 일만 잘한다면야... 정수 문제에 얽매여 있어 발생한 문제일 수도 있다."
- 고 김근태 전 의장의 비서로 처음 정치에 입문한 것으로 안다.
"정치적 아버지라고 늘 말한다. 이 분을 만난 계기가 이인영 원내대표 때문이다. 처음엔 벤처기업을 하다가 유학을 준비했다. 유학 전 국회에 있는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러 갔는데, 제일 처음 만난 분이 이 원내대표였다. '정치를 해서 대한민국을 바꿔야지 왜 유학으로 도망가느냐'며 내 손을 잡고 어딜 데려갔다. 김근태 당시 원내대표실이었다. 그날 바로 면접을 했다. '내일부터 나오지' 하시더라."
- 갑작스러운 전개다.
"비서관으로 바로 일을 시작했다. 3년간 운전대만 잡았다. 고달픈 일이었지만, 정치에선 '최측근보다 차측근'이라고 하지 않나. 차에서 많이 배웠다. 의장을 수행하며 각 현장의 행위들을 보면서 정치인이 가져야 할 기본과 철학, 원칙을 알게 됐다."
- 그게 뭔가.
"나한테는 정치적 좌우명이 된, '희망은 힘이 세다'이다. 의장께서 고문의 고통을 이기는 방법이기도 했다. 인간의 가치는 품고 있는 희망의 크기로 결정된다는 정치적 잠언을 남기셨다. 정치인은 희망을 주는 직업이 돼야 한다. 모든 사람이 품고 있는 희망을 더 크게 만들게끔 역할하는 것이 정치인이라고 하셨다."
- 지역구 선택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안다.
"'허영은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라 학교 주변에서 정치하면 빨리 될 수 있지만, 고향에 내려가 10년을 내다보고 준비한다면 더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유언 같은 말을 남기셨다. '다들 서울에서 쉽게 하려고 하는데, 지역에서 고생해야 정치가 발전한다'고도 했다. 그 말끝에 바로 춘천에 내려갔다. 그리고 12년 만에 당선됐다. 그동안 버틸 수 있었던 힘은 그런 유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이 양구중앙시장 '허씨 상회'를 운영 중이라고 들었다. 선거 기간 바닥 민심을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어머님이 50년 가까이 그곳에서 장사를 하셨다. 시장은 민심 집결 지역이다. 코로나19로 타격받은 시장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춘천은 자영업자들이 지역경제의 83%를 차지한다. 춘천 지역 경제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단계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막말만 하고 일도 안 하면서 세비 받지 말라는 것이었다. 제발 일하는 사람이 돼 달라는 것. '품격의 정치'라는 선거 슬로건도 제 말이 아니라 사람들의 말에서 나온 것이다. '춘천 정치인 때문에 민망스럽다'는 말을 가슴에 응어리처럼 안고 있다가 선거 기간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제가 유세나 TV토론에 나가서 그 이야기만 했던 이유다."
- 선거 막판 김 후보로부터 조직적 선거방해 의혹을 받기도 했다. 쌍방 고발도 이어졌는데. 상대측 네거티브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다시는 그런 일을 못하게 법적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제 개인으로 고발한 게 아니라, 당의 이름으로 했다. 얼토당토한 네거티브였다. 사실에 기반했다면 수용했겠지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허위 조작이었다. 그래서 용납할 수 없다. 일부에선 선거도 끝났으니 넘어가라고 하는데, 그러면 구태정치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정치를 20년 했지만, 처음으로 고발해 봤다."
- 선거 중반에는 김 후보의 역주행 논란 등 네거티브를 할 만한 소재가 있었다.
"일부러 안 했다. 전 국민이 다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본인이 잘못했다, 취지는 이랬다, 인정하면 될 텐데, 사실을 왜곡해 해명한 것이 안타깝다."
"기본소득법은 12년 전부터 간판 공약... 당내서 개혁적 목소리 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