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신내 로데오거리에 걸린 플랑카드. 내용과 달리 실제 임대료를 인하해준 경우는 많지 않았다.
코로나 민생 일자리 지킴이 은평주민연대(준)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지금 당장 기댈 곳은 정부에서 진행하는 소상공인 대출이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대출 역시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출 신청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출 절차가 너무 복잡하거나, 대출 요건이 너무 엄격해서 문턱이 높고, 처리 기간이 너무 길어서 마냥 기다리다가 결국엔 대출에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시기 매출이 높다는 이유로 대출 자격이 안 되기도 한다. 과거의 매출액이 높다고 해도 현재의 어려움을 피해 가는 것은 아니다. 안 그래도 버티기 힘든 하루하루인데, 비빌 언덕인 대출마저 모래 언덕이고 도움이 안 되는 현실 앞에서 상인들은 분노에 차 있다.
"대출 알아보니 저는 해당사항이 없더라고요." (연서시장, ㅂ축산)
"대출지원이 무의미해요. 대출받는 것 진행 자체가 어려워요." (갈현동, ㄲ분식)
"대출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요. 기존 대출이 있으면 해당사항이 없어요. 기존 대출이 있다 해도 이런 상황에는 긴급대출을 해줘야 해요. 경기가 괜찮아지면 대출을 갚는 식으로 빌려줬으면 좋겠어요." (갈현동, ㄴ옷가게)
"다들 비슷한 이야기할 거 같은데 대출받기 너무 어려워요. 일주일, 아니 한달 안에 바로 해준다고 하면 장사 안 접고 받아서 급한 불부터 끄고 잘 이끌어 가 볼 텐데... 대출을 좀 더 쉬운 절차로 이자를 좀 더 저렴하게 빌려주면 좋겠어요. 공짜로 받겠다는 것도 아닌데 대출이 너무 어려워요." (갈현동, ㅅ옷가게)
"규제를 너무 많이 하면 하루 벌고 하루 사는 사람들은 그걸 맞출 수 없어. 지금 하고 있는 대출 정책은 문턱이 너무 높지." (갈현동, ㅁ미용실)
"TV에선 누구나 쉽게 소상공인 대출 받을 수 있다는 듯이 나오는데 실제로 받으러 가면 까다로워요. 한 달 전에 신청한 대출 관련해서 연락을 받았는데, 현금서비스 내역이 많아서 처리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미리 현금서비스 내역을 정리하고 갔는데 서류상으로 완결이 나지 않아서 대출승인이 취소가 됐어. 너무 허탈하죠. 문서상으로 확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 아는데 그렇다고 죄인처럼 대하는 게 너무 속상했어요.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은행권 문턱이 너무 높아요." (갈현동, ㅇ옷가게)
앞으로 위기가 더욱 길어지고 커질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진짜 필요한 대책은 무엇일까? 상인들 사이에서도, 이제 재난 소득과 같은 직접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상인들 역시 생계비가 막막한 당사자일 뿐 아니라, 현재의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국민 모두에게 재난 소득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생계비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야... 재난기본소득 100만원 즉시 지급, 이런 이야기처럼 직접 지원이 꼭 좀 되면 좋겠어." (불광동, ㅂ홍삼)
"재난소득 액수도 거의 생색내기 수준으로 너무 적잖아요. 나라가 하는 것을 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어요." (대조동 ㅇ이불가게)
"정부가 재난소득지원을 지속적으로 해야 경기가 살아 날 텐데 한시적으로 일회성 지급은 반짝하고 말 거예요." (대조시장, ㅊ도매)
코로나 민생·일자리 지킴이 은평주민연대(준)는 지난 3월 중순부터 실태조사와 대책위 가입을 진행했다. 주민연대가 상인들을 만난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인사를 나누었던 무수히 많은 가게들이 연이어 문을 닫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19로 인한 생계의 위협은 비단 상인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경제위기는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 모두의 위기가 된다. 상인들의 생계위기는 지역상권이 살아야 가능하고, 국민의 경제위기는 노동자가 일자리로부터 밀려나지 않을 때 가능하다.
지금 위기의 핵심은, 재난은 아래로부터 오고 있는데 지원은 위부터 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온몸으로 재난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경제 활성화"의 방향은 대기업 살리기-법인세 인하, 정리해고 요건 완화 등-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 국가의 재난대책의 핵심이 경제 활성화라면 이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영세자영업자, 노동자들에게 가장 먼저 시행되어야 한다.
또한, 각자 알아서 살아남거나 살아남지 못하는 이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서, 지역공동체가 함께 힘을 합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내가 속해 있는 "은평주민연대(준)"가 앞으로 모색할 일은 국가의 직접적 재난대책 즉각 시행, 지역공동체의 상생의 모색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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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오월 공인노무사.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함께노동(준)>에서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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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0원, 옷가게에서 미역 팔고 있어"... 문닫는 가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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