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종 미래통합당 의원(왼쪽)과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오마이뉴스 남소연/연합뉴스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성 전 의원의 묘지가 있던 선산(6149m2)은 1993년 성 전 의원이 사들였고 이후 부모를 안장했다. 성 전 의원이 사망하자 가족 중 한 명이 묘지를 상속받았다.
하지만 성 전 의원이 남긴 부채로 선산마저 신용보증기금 등에 가압류됐다. 결국 지난 2016년 11월 경매에 넘겨졌고, 2017년 10월 강제경매로 2억 7천만 원(채권 최고액 2억 4700만 원)에 매각됐다. 그런데 낙찰자는 성 전 의원 가족이나 서산장학재단 관계자가 아니었다. 성 전 의원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다.
일부 서산장학재단 회원들은 남동생인 성일종 의원을 향해 "고인의 뒤를 이어 국회의원에 당선된 건 서산장학재단의 성원과 격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형님의 묘지만큼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보존하는 게 도리 아니냐"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묘 지키려 노력했다" vs. "숙부들, 물어도 답 안 했다"
이에 대해 성 후보 측 관계자는 "선산이 경매에 넘겨진 것을 알고 성 전 의원의 남동생들이 나서 낙찰을 받으려 했다, 묘지만 있는 선산이라 가족들 외에 누구도 관심이 없을 줄 알고 몇 번 유찰되면 좀더 낮은 금액으로 낙찰받으려 했는데 그 사이 다른 사람이 덜컥 낙찰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후 고인의 남동생들이 묘지를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낙찰자가 토지사용료로 너무 무리한 액수를 요구해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가족들 간의 문제라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항간에 떠도는 '묘지 보존에 소홀했다'거나 '고인의 자녀들과 성일종 의원 간 사이가 좋지 않다'는 얘기는 모두 사실과 다른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성 전 의원의 장남 성승훈씨 말은 달랐다. 성씨는 기자에게 보낸 입장 글에서 "아버지의 유언을 따르자면 해당 토지를 경매에서 재낙찰받거나, 고향의 다른 토지로 세 분(아버지와 할아버지, 할머니)을 같이 이장하여 모시는 것이 응당한 절차지만, 저 역시 경남기업 계열사에 제공한 연대보증으로 인하여 채무불이행상태에 처해 있는 상황"이라며 "제 이름으로 세 분을 모실 토지를 취득할 수가 없는 상황이 저도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했다"고 밝혔다.
성씨는 "구매자(낙찰자)가 부유해 보이는 가문의 분묘가 위치한 토지를 (사들인 뒤) 비싼 가격에 되팔려 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구매자와 대화를 진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을 해 대응을 하지 않은 채 묘소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숙부들(성 전 의원의 남동생)에게 의견을 물었다, 숙부들로부터 대답은 없었다, 저는 제가 처한 상황에서 어떤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성씨의 글에서 주요 부분만 발췌하면 아래와 같다.
"2018년 8월, 구매자는 저에게 분묘굴이(분묘 개장) 또는 사용료 납부를 요구하는 소송을 청구하였습니다. 재판과정 중에 저는 재판장과 원고(구매자) 그리고 숙부들에게 이렇게 요청하였습니다.
'아버지 묘소는 아들인 내가 책임지겠다. 그러나 할머니 할아버지 묘소는, 비록 내가 장손이긴 하지만, 생질인 아들들이 해당 주소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들을 제쳐두고 내가 마음대로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조부모 묘소에 대해서는 숙부들에게 물어봐 달라.'
숙부들은 역시나 대답이 없었고, 제가 출석했던 재판 중에도 재판장께서도 상황이 신기하셨는지 '피고의 숙부가 이 지역 국회의원이신지'를 재차 확인하시기도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묻혀계신 토지가 소송에 휘말려 있는 굴욕적인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토지가 필요하지 않은 곳으로 아버지를 모시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파묘와 화장을 결정한 이후, 관할 면사무소에 개장신청을 하면서 숙부 측에 화장 결정을 알렸습니다. 서산장학재단은 숙부들이 관리하고 있었고, 1주기 추모 행사 이후로는 다른 분들과는 연락을 안 했기 때문에 따로 연락을 드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숙부들은 반응이 없었습니다. 2018년 11월 10일, 정성스럽게 아버지를 모셨고 이후부터는 제가 있는 곳에 함께 모시고 있습니다."
글에 따르면, 파묘해 화장된 성 전 의원의 유골은 장남인 승훈씨와 함께 베트남에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성 전 의원의 남동생들이 경매에 붙여진 성 전 의원의 묘지를 낙찰을 받으려고 시도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아들 성씨는 의견을 구하는 등 도움을 청했는데도 성일종 후보 등 남동생들이 연락을 하지 않는 등 매우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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