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19의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해 미국 등에서 최근 수개월내 실업자가 1930년대 세계대공황 수준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영국 런던의 테임즈강변. 웨스트민스터 다리 건너로 국회의사당 등이 보인다.
김종철
창 밖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잠을 깼다. 누군지 모를 응급환자를 실은 구급차다. 영국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는 정말 쩌렁쩌렁하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이 소리를 요즘 들어선 하나 둘씩 세고 있다. '오늘은 몇 번 들었지?'라고... 텔레비전을 켜고, 식사 준비를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오늘의 데이터를 챙긴다.
10일 오전(영국 현지시각) 확진자는 모두 6만5077명, 사망자 7978명으로 8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곳 뉴스는 연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건강 상태와 총리 대행의 권한과 책임을 두고 말들이 많다. 지난 3월 27일 서방 주요 국가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갑작스레 병세가 악화 됐던 그였다. 총리실은 지난 9일 오후 "총리의 건강 상태가 호전돼, 중환자실에서 나와서 평상시와 같은 치료를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행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총리관저가 있는 곳)로 언제 돌아올지 아직 모른다.
9일은 코로나19가 세계보건기구(WHO)에 공식적으로 보고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날짜를 뒤로 돌려보면, 지난해 12월 31일이다. 이날 중국은 WHO에 후베이성 우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페렴이 발생했다고 보고한다. 하지만 '공식적'이라는 단어가 보여주듯, 보건학계에선 이미 지난해 12월 초에 코로나19로 인한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왜 12월 마지막 날에 코로나19를 세상에 알렸는지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과 WHO 지도부와의 유착 등 온갖 이야기들이 여전하지만, 그날 이후 100일 만에 온 세계는 1918년 스페인 독감, 1930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혼란에 빠져 있다. 과연 이 혼란을 누가 예상했을까. 존슨 총리의 말대로, 영국도 그 100일을 '극적으로(dramatically)' 보내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잠시 시계를 돌려보자.
[100일 전 12월 31일] 존슨의 영상 메시지 "성장과 번영이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