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 LIDL 입구 앞으로 1미터씩 간격을 두고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모습
한소정
지난 3주간의 봉쇄는 정말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었다. 최근으로 오면서 스페인 정부는 격리 수준을 더 높였다. 현재는 필수 업종을 제외하고, 재택 근무가 가능한 모든 사람들은 장을 보고 약을 사고 개를 산책시키는 정도의 이유가 아니고는 집을 떠날 수가 없다.
나는 개도 없고 사 올 약도 없어서 장을 보러 세 번 밖을 나갔다 온 것이 전부였는데, 그러니 말 그대로 3주간의 집콕이었다. 공부나 일을 하는 중에 간절히 쉬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면 그토록 그리운 집콕이었건만, 산책도 할 수 없고 바이러스를 피해 오롯이 집에만 꼭꼭 숨어 있어야 하는 생활은 보통 일이 아니다.
육체적으로 활동이 줄어들어 푹 자는데도 피곤하고 나른하고, 볕도 부족하다. 연구실 동료들과 이런 저런 화상 미팅들을 하면서 사이사이 일을 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그러는 사이에 하루 하루는 쉽게 가지만, 갈수록 집중력은 떨어지는 느낌이다. 친구들,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다들 상황은 비슷하다.
그나마 우리는 젊은층이라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걱정이 크지는 않은 편이지만 각자 가족에 대한 걱정이나, 악화된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같은 것들로 인한 우울감이나 무력감들이 조금씩 있는 것 같았다. 스트레스는 있는데 집에만 있다보니 계속 먹게 된다는 이야기들도 한다.
연구자들의 경우, 아이가 있는 연구자들과 없는 연구자들의 상황은 또 다르다. 바이오인포매틱스 계열의 연구는 컴퓨터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아이가 없는 연구자나 학생들의 경우는 늘상 하던 일을 집에서 하게 되는 것이라 할 만하다고들 한다. 더러는 집중도가 더 높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가 있는 연구자들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아이를 돌보고 함께 하는 시간이 있다보니 자연히 일할 수 있는 시간에 제약이 있어 그에 대한 스트레스가 생긴다는 거다.
연구자의 커리어는 매년 발표한 논문의 수나 질을 가지고 평가된다. 그렇다보니 트위터에는 이 같은 고민도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상황에서 아이가 있고 없고에 따라 커리어에 영향을 미치게 될 소지가 있으니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금 스페인은 아이들도 봉쇄와 함께 모두 집에 갇혀 있다. 그나마 장을 보러가는 것도 어른들의 일이라 지난 3주간 모든 아이들이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를 못했다.
매체들은 이것이 아이들의 정신, 육체 건강에 미칠 영향과 정규 교육 과정에 대한 우려들도 다루고 있다. 학교들은 서둘러 온라인 수업이나 교재들을 준비하는 상황이지만 그것도 녹록지가 않다. 덩달아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학교 진도를 집에서 대신 지도해야 하는 숙제가 생겨 다들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가 위기 상황이 금방 해제되지 않을 것이고, 해제되더라도 순차적으로 강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진행이 될 것이라는 것, 학생들은 최대한 마지막 단계에 학교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서, 어쩌면 여름방학이 끝난 뒤에나 개학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온전히 집에 갇힌 딱한 아이들을 위해 확진자 곡선이 안정기로 들어서면 부활절 이후부터 아이들이 집 근처에서 (다른 사람들과 접촉이 없는 범위에서) 조금씩 산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논의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알려진 바 없지만 조만간 발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소식 전하는 스페인 언론, 5년간 이런 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