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비' 휴지 구매하는 미국인들코로나19 불안감 속에 세계 곳곳에서 화장실 휴지 사재기 현상이 속출하는 가운데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주 타코마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서 이용객들이 매장에 갓 도착한 휴지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AP
"미국은 지금부터 시작인 것 같아요."
"확진자가 1300명이라고요? 1만3000명이어도 이상하지 않을 걸요."
"병원에서 그러더라고요. 각자 알아서 조심하라고."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걱정스러운 얘기들을 쏟아낸다. 미국 생활 10여 년째인 나도 요즘처럼 불안한 건 처음이다. 23년만의 서킷브레이커(주식매매 일시정지) 등 주식시장은 바닥을 모르고 급락중이다.
오랫동안 준비하던 모임이며 콘퍼런스들도 다 취소됐다. 초중고대학들이 문을 닫았다. 대중교통에선 아무도 기침 비슷한 것도 하지 않는다. 항상 넉넉하던 슈퍼마켓 매대가 거짓말처럼 텅 비어 있다. 다들 티 내진 않지만 나처럼 긴장하고 두려워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미 만연한 불안... 우리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
1월 31일 보건장관 알렉스 에이자는 14일 이내 중국에서 체류한 모든 외국인 방문자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다. 하루 앞서 미국 국무부는 중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여행 금지령으로 바꿨고 미국 유력 항공사들은 중국 간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미국 전파를 막기 위한 '과학적 판단'이라고 했다.
그러나 TV에서 본 이러한 선언 외에 실생활에 느껴지는 변화는 없었다. 중국 출장을 다녀온 회사 동료가 싱가포르를 경유해 아무 문제없이 출근했다는 얘기며 병원 근무자인데 특별 지침 하나 없다는 원망, 열 감지기나 문진 없이 입국했다는 국제공항 상황 등에 사람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동시에 워싱턴 주에서 시작된 확진자와 사망자 소식이 텍사스, 플로리다,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각지로 퍼지는 걸 지켜봐야 했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내가 사는 뉴욕 지역 첫 확진자는 3월 1일 발생했다. 이란에 다녀온 30대 여성이고 병원이 아닌 맨해튼에 있는 자택에서 자가격리 상태였다. 감염경로가 확실했던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그다지 공포스럽지 않았다.
그런데 6일, 플로리다가 여행 이력의 전부였던 50대 변호사가 응급실에 실려와 코로나 확진자로 밝혀지자 상황이 심각해졌다. 뉴욕대학교를 비롯해 뉴욕의 유명 사립학교에 다니는 세 자녀들, 기차를 타고 뉴욕 외곽에서 맨해튼 중심가까지 매일 출퇴근했던 동선들, 그리고 유대인 콘퍼런스와 기도 모임에 활발히 참석했던 이력들이 나오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감염됐는지 가늠 안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지시각으로 수요일인 오늘(11일)까지 216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이웃 뉴저지주에선 23명 확진자 중 벌써 사망자가 나왔다. 겨우 하루 100여 명 정도 검사를 했던 결과이다. 뉴욕주는 비상사태 선포와 함께 진단 키트 2만3000개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사람들은 중국인 입국 금지 선언 이후 정부와 지역 사회가 너무 안이했다고 원망한다. 뉴욕지사도 연방 정부를 비난한다. 면피처럼 중국에서의 입국 통제를 선언만 해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지역 감염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그 공방조차도 불안하기만 하다.
최악 의료보험을 가진 나라에서 전염병은 더 공포스럽다